벼리맘1
2024. 4. 21. 17:00
그대 나에게서 늦가을을 보리라,
누런 잎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이
삭풍에 떠는 나뭇가지
고운 새들이 노래하던 이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나에게서 그대 석양이 서천에
이미 넘어간 그런 황혼을 보리라,
모든 것을 안식 속에 담을 제2의 죽음,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그대는 나에게서 이런 불빛을 보리라,
청춘이 탄 재, 임종의 침대 위에
불을 붙게 한 연료에 소진되어
꺼져야만 할 불빛을
그대 이것을 보면 안타까워져,
오래지 않아 두고 갈 것을 더욱더 사랑하리라
아름다운 친구여, 내 생각엔 그대는 늙을 수 없는 것 같아라
내가 처음 그대의 얼굴을 봤을 때같이
지금도 그렇게 아름다워라. 추운 겨울에 세 번이나
나무 숲에서 여름의 자랑을 흔들어버렸고,
아름다운 봄이 세 번이나 황금빛 가을로 변했어라
계절의 변화를 눈여겨 보았더니
4월의 향기가 세 번이나 뜨거운 6월에 불탔어라
싱싱하고 푸르른 그대를 처음 뵈온 이래로
아!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해시계의 바늘처럼
그 숫자에서 발걸음도 안 보이게 도망치도다
그대의 고운 자색(姿色)도 내 변함없다고 여기지만
실은 움직이며, 내 눈이 아마 속는 것이로다
그 염려 있나니 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여, 들으라
너희들이 나기 전에 美의 여름은 이미 죽었어라
▶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