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수(宿) 중 스물 한 번째 별자리인 삼수(參宿)는 규수ㆍ루수ㆍ위수ㆍ묘수ㆍ필수ㆍ자수와 함께 금기운(金氣運)을 맡아 다스리는 서방 백호 7수(宿)에 속한다. 『천문류초(天文類抄)』01에는 기린(麒麟)02의 몸 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였고, 『사기(史記)』의 「천관서(天官書)」에는 호랑이의 앞발에 해당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수는 7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효도와 충성, 형벌을 다스리는 일과 변방의 성(城)을 주관한다. 그리고 구역[九譯: 아홉 번이나 통역(通譯)을 거듭함이라는 뜻으로, 아주 먼 나라를 의미함]을 뜻하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삼수는 28수 신명 중에서 합연(蓋延)03 신명이 관장한다.
삼수의 수거성(宿距星)04인 삼성(參星)은 7개의 주홍색 별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이 밝으면 신하가 충성하고 자식이 효도하여 길하게 되지만, 별 끝이 까끄라기05같이 일면서 움직이면 변방에 급박한 징후가 나타나고 천하에 병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삼성은 24절후 중 소설(小雪: 양력 11월 22일경) 때에 동쪽에서 떠오른다. 첫눈이 내리는 이 시기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도 한다. 고려 23대 고종이 몽골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가던 때에 사공인 손돌(孫乭)이 최대한 안전하게 가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일부러 물살이 급한 쪽으로 간다고 왕의 의심을 받고 참수되었다. 억울하게 죽은 손돌은 후에 누명을 벗었으나 그의 장사를 지낸 이맘때가 되면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전한다. 삼성의 7개 별 중에서 가운데에 세 장수를 뜻하는 별 아래에 3개의 주홍색 별로 이루어진 벌(伐)은 하늘의 도위(都慰: 임금 사위의 칭호로 부마도위라고도 함)를 뜻한다. 별이 어두워야 중국의 세력이 강해지고, 반대로 별이 밝아지면 조선을 비롯하여 선비족 등의 국가 세력이 강해지므로 중국의 세력이 약해진다고 보았다.
벌의 옆에 4개의 주홍색 별로 이루어진 옥정(玉井)은 신령스러운 우물로 부엌에 물을 대는 역할을 한다. 객성(客星)이 들어오면 수해(水害)가 있게 되고, 중국이 영토를 잃게 되며 별이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근심이 생긴다고 전한다. 벌의 아래에 4개의 홍색 별로 이루어진 군정(軍井)은 군대가 행군할 때 쓰는 우물로 군인에게 보급되어 고달프고 지친 몸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 달이 범하면 말과 소에게 먹일 것과 재물 및 보화가 나가게 되고 객성이 들어오면 수해(水害)가 난다고 하였다. 군정의 아래 4개의 황색 별로 이루어진 천측(天厠)은 뒷간을 의미한다. 주로 천하의 질병을 주관하며 별이 누런색이 되면 길하고 풍년이 들지만, 청색 또는 검은색이면 사람들이 허리 아래에 질병이 든다고 한다. 별의 모양이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으면 귀인(貴人)에게 병이 많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천측 아래에 있는 1개의 별인 천시(天屎)는 똥을 뜻하므로 누런색을 띠면 건강한 것으로 보고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별의 색이 변하면 벌레가 많아지고, 가뭄 또는 수해가 들며, 서리가 내려 만물을 죽이게 된다고 한다. 별이 보이지 않으면 천하가 황폐해지고, 별이 미약해지면 백성 중에 유랑민이 많이 생긴다고 전한다.
화장실 냄새를 막기 위한 것으로 하늘의 병풍을 상징하는 병(屛)은 2개의 홍색 별로 천측 옆에 있다. 별이 밝지 않으면 대인이나 임금이 앓아눕게 된다고 한다. 『홍연진결(洪煙眞訣)』06에 따르면 하늘의 현상이 인세에 영향을 준다고 믿어 땅에 별자리를 대응해 놓았다. 우리나라 땅에서 삼수는 경기도 지역인 이천ㆍ포천, 포천군의 영평, 가평, 양평군의 양근, 연천, 삭령에 해당한다고 한다.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교해 볼 때 삼수는 오리온자리(Ori)에 해당한다. 삼수의 수거성인 삼성 중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1개의 별과 오리온자리 δ (Delta: 밝기 2.2등급)를 비교할 수 있다. 민타카(Mintaka)라는 고유명으로 거인의 허리띠를 의미한다.
오리온의 허리띠 부분을 ‘삼태성’이라고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 예부터 전해 알고 있는 삼태성(三台星)은 북두칠성 아래에 있는 세 쌍의 별들로 이루어진 별자리들이며 서양의 큰곰자리 발부분인 ι (Iota), κ (Kappa), λ (Lambda), μ (Mu), ν (Nu), ξ (Xi)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오리온 삼성’이라고 해야 한다. 삼태성은 사람을 낳고 기르고 지켜주는 별이라고 여겼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삼태성이 가장 중요한 별자리로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온의 허리띠 부분을 삼장군(三將軍)으로 보고 있다. 왼쪽 어깨는 좌장군(左將軍), 오른쪽 어깨인 베텔지우스(Betelgeuse)는 우장군(右將軍), 오른쪽 발은 후장군(後將軍), 왼쪽 발인 리겔(Rigel)은 으로 삼성이 다 장군을 뜻한다. 자수(觜宿)07에서 오리온자리에 대해 설명하였듯이 오리온자리 또한 그리스 이외의 많은 지역에서 신이나 용자(勇者)로 보았다. 이렇게 동양에서는 삼성을 장군으로 보았고, 서양에서는 신이나 용자로 본 것이 흥미롭다.
01 세종의 명에 따라 천문학자 이순지[李純之, 1406(태종 6)∼1465(세조 11)]가 편찬한 천문학 서적.
02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 전한(前漢) 말 경방(京房)의 저서 『역전(易傳)』에는 ‘린(麟)’은 몸이 사슴 같고 꼬리는 소와 같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고 빛깔은 5색이라고 하였다.
03 키가 8척으로 3백 근이나 되는 활을 쏠 정도의 힘을 지녔던 인물로 광무제가 하북 지방을 평정할 때 큰 공을 세운 장군이다.
04 각 수(宿) 구역의 서쪽에 위치한 가장 밝은 별로 28수의 위치를 쉽게 찾는 기준이 된다.
05 벼, 보리 따위의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
06 화담 서경덕 선생이 짓고 토정 이지함 선생이 수정한 고대 천문, 기문, 둔갑술에 대한 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