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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진리회 - 『대순문예』

대순진리회 회보

by 벼리맘1 2023. 5. 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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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 문예 입상작 ②

친구로 만난 “인연”

 

 

글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수도인 中

 

 

 

 

나에게는 두 친구가 있다. 한 사람은 선각, 다른 한 사람은 후각으로…. 어렸을 적 도(道)를 만나기 전에는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깊을 줄 전혀 몰랐다. 선후각의 인연은 부모 자식 간에 인연보다 깊다더니 정말 우리는 부모 형제도 모르는 그런 깊은 부분까지도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어릴 적 갑작스레 이사를 가게 된 동네, 그곳에서 운명처럼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선각은 중학교, 후각은 고등학교에서…. 내가 처음 중학교로 전학을 갔을 때 우리 학교에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옆 반에 선각과 똑같이 생긴 애가 전학을 왔다고…. 나는 나와 닮은 애가 이 학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옆 반에 가서 정말 닮았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썩 닮지 않았는데 왜 그런 소문이 났을까 의아했다. 이런 게 인연인 걸까? 학생들이 우리 둘이 선 ? 후각이 될 줄 알고 같은 기운을 느꼈나 보다. 우린 그렇게 얼굴만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선각을 만났다. 물론 그땐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나는 나를 닮았다는 그 아이에게 수줍게 인사를 했다

  “안녕?” “….” 내가 너무 성급했던 걸까? 친구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무런 말없이 선각은 나를 한번 싹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 애가 왜 인사를 할까 하는 표정으로. 괜한 행동을 했구나 하는 마음에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싱겁게 끝이 났다. 그런데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할 운명이었나 보다. 학년이 바뀌어서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때 친했던 친구는 6명이었는데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매일같이 어울리며 같이 다녔고 정말로 같이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흘러 20살이 되었고 다들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나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선각과 나와의 진짜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선각이 나를 입도시킨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잘못될까 봐 너무 걱정돼서 입도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각이 주변 사람들에게 수도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았을 때 유일하게 말리지 않은 사람이 나였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새로운 관계로 맺어졌다. 그러나 이후의 수도 과정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알았던 친구 관계와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각과는 수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알고 지냈다면 반대로 후각과는 오히려 입도 전에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단짝 친구였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알아봤다. 후각은 나를 처음 보고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도인은 기운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나 역시 후각을 보고 너무나 낯익은 모습에 마치 예전에 만났던 깊은 인연을 다시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무언가가 통하는 것을 느꼈고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엄청난 일들을 차마 예상할 수 있었을까. 글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후각과의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자면 책으로 몇 권을 써내야 할지도 모를 만큼 방대하다.

  사실 나는 후각을 만나면서 인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이 전생의 연고를 다 풀어내기 위한 만남이라는 것을…. 똑같은 사람끼리 만나면 그렇게 부딪힌다고 하더니 후각은 정말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마음속에서 이기적인 것을 숨기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후각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것도 같고 추구하는 것도 같았다. 그야말로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숙명적인 관계였다. 그러니 하루라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오죽하면 동네에서 “저 자매는 어쩜 저렇게 많이 싸우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리가 비슷한 외모에 같은 분위기가 풍겨 자매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미우면서도 떨어질 수가 없었다. 둘 다 유별한 성격에 좁은 인간관계로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두 사람과 함께 나의 수도생활이 시작되었다. 수도를 하니 이제까지 알고 지냈던 친구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선각과 나는 알고 보니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같이 무리로 어울릴 때는 친하지만 서로 개인적으로는 별로 가깝지 않은 그런 사이였던 것이다. 선각분들은 선 · 후각은 서로 음양으로 만나기 때문에 성격적으로 부딪히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배우고 깨우쳐 나가게 된다고 하셨다.

  수도를 하니 이제까지 알았던 내 친구는 온데간데없고 전혀 다른 모습의 선각이 있었다. 선각은 많은 부분이 나와는 반대였다. 나는 이성적인 것이 강한 반면에 우리 선각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인간적이었다. 그리고 선각은 세심한 반면 나는 무심한 편이었다. 선각은 사람을 대할 때 세심하게 작은 것까지 챙겨주고,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반면에 나는 그런 배려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귀찮게 생각했다. 서로 관점이 다른 것이다. 세심하고 꼼꼼한 선각이 보기엔 내가 많이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었고, 나 또한 선각의 충고를 유난스럽게 생각하며 외면했다. 그러니 우리는 늘 부딪히지 않으려고 서로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지냈다. 그렇게 우리는 친한 친구에서 서먹서먹한 선ㆍ후각 관계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내 후각과의 수도생활은 그야말로 전투였다. 후각과 나는 입도일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으니 당연히 체계도 서 있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의 관계는 그저 친구 사이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포덕소에 올 때 이상하게도 척에 자꾸 걸리게 되고 늘 그렇게 싸움이 났다. 1시간 만에 올 거리를 둘이 티격태격 싸우느라 2, 3시간이 넘게 걸려서 온 적도 많았다.

  그렇게 둘이 싸우고 나면 상처를 받는 쪽은 후각이 아니라 거의 내가 되었다. 나의 후각 정 선무는 이상하게도 나의 약한 부분을 건드렸다. 사실 정 선무 자체가 나를 자극 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 둘은 사회에서도 친하면서도 라이벌 관계였다. 하지만 그 관계에서 우위에 서는 것은 늘 정 선무였다. 나는 원래 활달한 성격이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는데 자라면서 자신감이 상실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정 선무는 나에 비해 자신감이 있었고 더 적극적이었으며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 둘이 다른 성향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우리 둘은 좋아하는 것마저 똑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정 선무도 좋아하고 내가 하는 건 정 선무도 같이 했다. 그러나 항상 정 선무가 나보다는 나았다. 뭘 하든지 정 선무가 나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고 사람을 만나도 정 선무에게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우리는 늘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정 선무를 챙겨줘야만 했고 정 선무가 해대는 모든 행동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정 선무가 나보다 잘나서 배 아픈데 그것도 모자라서 내가 정 선무를 받아줘야 한다니 그 자체가 속이 꼬였다. 수도를 하면서도 정 선무는 나를 자극 했고 우리의 겁액이 더 드러나서인지 나는 늘 그런 마음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에 나는 정말 궁금해졌다.

 

 

 

 

나는 왜 정 선무와 이런 관계일까…. 내가 마음을 비워야 하나?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비워지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정말로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인연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에서 말하기를 전생의 인연은 너무나 분명하다고 한다. 인생에는 반드시 인과의 법칙이 존재한다며 내가 지금 어떤 것을 당하는 것도 분명히 전생에 그와 똑같은 일을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했다. 지금은 내가 피해자가 되어 있다면 전생에는 분명히 내가 가해자가 되어 있고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이도 그때에는 나에게 지금과 똑같은 상처를 받은 피해자라고… 입도를 하면서부터 해원지간(서로 원을 풀어야 하는 사이)에 대한 교화는 많이 들었다. 내가 겪는 것은 반드시 연고가 있으니 전생의 원을 풀기 위해 해원관계로 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달랐다.

  아무리 전생에 이유가 있다지만 전생이 기억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 내 눈앞에는 오로지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만이 있다. 정말 내가 지금 받고 있는 것처럼 이 사람을 힘들게 한 것일까? 나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살면서 힘든 인연을 만나서 겪게 되었을 때 정말 그것을 풀고 싶다면, 그 고통 속에서 뭔가를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나는 정 선무와의 관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내가 정 선무에게 느끼는 감정, 정 선무가 나에게 해대는 행동… 나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이기고 싶은, 남보다 잘나고 싶은 마음과 지금까지 형태만을 중시하면서 살아왔던 습관을 버려야 했다. 더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는 괴로워서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나의 마음은 헝클어져 있었다.

  나는 반드시 수도를 해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본격적인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렵게 시작한 수도생활이 역시나 쉽지 않았다. 내 몸과 마음에 붙은 잘못된 기질과 습관은 쉽사리 벗겨지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나는 포덕소에서 수도생활을 했고 선각과 후각 정 선무는 사회생활을 하며 포덕소에 오곤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나는 예전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선각분들의 마음과 정성의 결과였다. 이제는 나도 성장을 했고 후각과의 관계도 달라져야 했다. 내 마음속 열등감과 잘못된 마음을 고치고 나니 이제는 후각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선각과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다. 알고 보니 우리 선각은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와 다르다고 항상 배타적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마음을 열고 맞추다 보니 그 사람이 이해가 되었고 나 역시 그런 부분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도를 닦으면서 느낀 것은 사람의 인연이 참 신기하다는 것이다. 선 · 후각으로 맺어진 인연은 운명적으로 서로 깨닫게 해주는 인연이라더니 그 말이 정답이었다. 나와 다른 두 사람과 겪고 부딪히면서 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걸 극복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상제님께서 중찰인사 공부를 잘 하라고 하셨는데 예전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수도를 하는데 왜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을 살피는 공부를 하라고 하신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업 안에서 수도하도록 짜인 도수대로 만나는 것을…. 선 · 후각은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고 나의 겁액을 풀어줄 수 있는 인연인 것이다. 선각은 나의 부족함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후각은 내 마음의 업장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후각 정 선무와는 해원지간이다. 전생에 맺혀 있던 원을 다시금 만나 풀어야 하는 인연.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치열하게 겪었을 인연을 도에 와서 그래도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해원지간에서 보은지간으로 우리의 사이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상제님께서 선천에 맺혀진 원을 풀어 상생의 길로 가라고 하신 그 말씀처럼 해원상생 보은상생의 이념을 작게나마 경험한 느낌이다. 친구로 만나서 수도를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수도를 하기 위해 친구 사이로 만나게 된 것 같다. 서로 좀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배움을 주고 가끔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만남이 나를 깨닫게 해주는 인연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지금쯤 어딘가에 있을 인연자들, 나를 일깨워줄 그 사람들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

 

 

 

 

 

출처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대순회보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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