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지금의 무극도장 터에 관한 내용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극도장의 건물이 일부 이전되어 남아 있다고? 그 시대의 건물을 볼 수 있다고? 도주님께서 기거하시던 곳인 도솔궁? 가슴이 뛰었다. 빨리 책장을 넘겨 사진을 보고 싶었지만, 참으며 서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없어진 줄만 알았던 건물들. 하지만 도장의 일부 흔적이라도 볼 수 있다는 놀라움은 컸다.
경주이씨 재실로 이건(移建)된 도솔궁 일부. 남아 있는 단청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아주 새로웠다. 내부 단청은 단아했고, 외부 모습의 단청색은 빛이 바랬지만 건물의 조각 자체는 섬세하고 웅장해 보였다. 그 당시엔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도장을 짓는 도인들의 성심은 대단했다고 익히 들어왔다. 요즘처럼 기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대형 운반차나 최신 기계가 있던 것도 아닌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나 마음만은 즐거웠겠지. 손수 터를 닦아가며 흙먼지를 온몸에 둘러도 서로 행복해 했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오로지 도를 받들겠다는 마음으로 새까만 얼굴에 몸은 깡말랐어도 두 눈만은 빛났겠지. 어린아이도, 부녀자도 자신의 조그마한 힘이라고 보태겠다고 바구니와 행주치마로 돌과 흙을 날랐겠지. 참과 식사는 변변치 않고 늘 배는 고팠지만 그들의 마음은 풍요로웠겠지. 혼신을 다했기에 도장이 완공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절절했겠지. 몇 장의 사진으로 느껴보는 그들의 마음. 그 정성 어린 건물의 모습에 그들이 투영된다.
지금은 오히려 물질의 풍요 속에 있다 보니, 연원(淵源)을 향한 마음씀이 더 부족하진 않을까? 상제님께선 마음만 본다고 하셨는데 지금 내 마음은 그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도 지금 우리 시대의 도인들의 마음을 지켜보고 있을 텐데. 다시 한번 마음을 먹고 정성을 다해야겠다. 앞서 닦았던 과거 도인들의 정성이 헛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그렇게 더 정성껏 도를 받들어나가야겠다. 이번 코너를 통해 성지(聖地)의 자취를 느낄 수 있어서 새로웠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많아져서 연원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