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세상을 돌던 북녘바람이 해님을 찾아와서는 누가 더 힘이 센지 내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해님은 정중히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내기에 응하게 되었지요. 마침 저 아래로 오솔길을 걷는 나그네가 있어 그가 입고 있는 외투를 벗기는 쪽을 승자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북녘바람은 속으로 자신의 힘이면 외투 하나 벗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북녘바람의 생각과는 달리, 차갑고 거센 바람이 일자 나그네는 죽을 힘을 다해 외투를 다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오기가 생긴 북녘바람은 두 볼이 빨개지도록 바람을 불어댔고 그럴수록 나그네는 더욱더 외투를 부여잡았습니다. 결국 북녘바람은 포기하고 해님에게 차례를 넘겼습니다. 그러자 해님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하지 않고 그저 밝고 따뜻한 햇살로 포근히 감싸 주었습니다. 차가운 북녘바람에 지친 나그네의 몸과 마음은 따뜻한 햇살에 조금씩 풀리고 열려 갔습니다. 이윽고, 웃음을 머금은 나그네는 외투를 벗고 마음껏 햇살을 가슴 가득 안았습니다.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시는 『이솝우화』에 담긴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 이 우화에서 전해지듯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그것은 서로의 진심이 오가는 길이며 사람을 일깨워 선한 본성을 찾아 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결코 누군가의 마음을 힘으로써 열고 얻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가르치고 이끄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차가운 북녘바람이 몰아칠수록 상대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만 갈 것입니다. 그렇게 얼어붙은 마음에는 어떤 것도 스며들 수 없듯 누군가가 나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내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먼저 나의 말과 나의 모습으로부터 차가운 북녘바람이 불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따뜻한 진심에 목마른 존재입니다. 거친 말에 상처받고 자상한 말 한 마디에 용기와 선함을 되찾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끝까지 진리로 이끌고 그와 마음이 통하길 원한다면 그를 대하는 내 마음에 얼마나 진심 어린 햇살이 깃들어 있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차갑고 거친 손길에 닫힌 그 마음은 분명 따뜻한 진심의 햇살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