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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진리회 - 『시』

대순진리회 회보

by 벼리맘1 2023. 11.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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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풍차

 

 

글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수도인 中

 

 

 

 

햇살 속으로 새하얀 눈이 내리네요

호랑이 장가간다는 오늘 같은 날

 

아버지

그곳에도 이렇게도 고운 흰 눈이 내리는지요

아버지의 비석 앞에 서있는 저와

아버지와의 끊어진 시간들을

저 하얀 눈송이들이 이어주고 있음을

알아요

 

햇살 속으로 흰 빛들이 반짝이며

내 어깨에 새처럼 내려앉네요

아버지 가시던 그날에도

목련꽃 잎이 져가고 있었지요

 

까맣게 타버린 목련꽃 잎 같은

화장한 아버지의 몸을

제 무릎 위에 누이고

임실 호국원에 묻고 돌아오는 그날이

뜨겁게 사무쳐 파도처럼 밀려오네요

 

아버지 기억하시는지요

아버지 작업실에서

당신께서 말없이 제게 따라주시던

뜨거웠던

마지막 술 한잔을

지금 아버지 묘비에 잔을 올리며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네요

 

늘 가난했던 아버지를 싫어했던

저를 용서해주실 수 있나요

 

죽기 전까지 홀로 작업실에서

풍차에 열을 올리시며

발명특허를 내셨지만

꽃을 피우기도 전에 못다한 한이 남아

 

바람이 불면 늘 당신의 풍차가

제 심장 속에서 멈추질 않습니다

 

폐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아버지

그토록 숨 가쁘게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선

상경하는 제게

오만원권 지폐를 쥐어주시던 모습이

눈물로 바래진 세월로

 

지금도 오래오래

남아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출처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대순회보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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