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2012년 『한국직업사전』에는 우리나라에 1만 141개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적은 수치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직업이 있다. 이 직업이란 말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사람이 의식주 등의 기본활동과 가정생활 그리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어떤 활동에 종사하는 일이 직업이다. 어떤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보람찬 삶을 살아가지만 어떤 이들은 생계를 위해 마지못해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남을 도와주고 잘되게 해주는 일을 하지만 반면 어떤 사람은 남을 이용하거나 속여서 득을 보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인 공동선(共同善)에 부합하는 직업과 보편적 선의 원리에 합당하지 않는 직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내가 이득을 봄으로써 남에게 고통과 피해가 간다면 좋은 직업이라 할 수 없고 남과 공동체를 번영하게 한다면 좋은 직업이므로 여기에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이 직업과 관련하여 『전경』에는 “직자의야 업자통야 성지직성지업(職者醫也 業者統也 聖之職聖之業)”01이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직이란 의(고치는 것)요, 업은 통(통솔하는 것)이니 직업은 고쳐 통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성스러운 직업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곧 직업 가운데 성스러운 직업이 있다는 말씀이다. 이 성스러운 직업은 어떤 직업을 말하는 것인가? 성스러움에 대해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성스럽다는 것은 ‘보통과 대립되는 완전함’,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것’, ‘세속과 반대되는 것’, ‘질적으로 다른 것’, ‘남다른 것’, ‘신기한 것’, ‘웅대하고 이례적인 것’, ‘완전히 새로운 것’, ‘의미가 넘쳐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속되고 무의미하며 일상적인 것과는 다른 완전하고 의미 있으며 초월성을 띠는 것을 말한다. 이를 대순진리적 입장에서 볼 때 곧 하늘, 천상계 또는 신명계와 관계되는 것을 성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스러운 직업이란 천상계의 일을 하는 것이며, 곧 상제님께서 열어놓으신 천지공정에 계속하여 종사함을 의미하게 된다. 상제님께서는 앞으로 무극대운이 열리니 이러한 천지공정에 순결한 마음으로 참여하라고 당부하셨다.02 그리고 사람마다 그 닦은 바와 기국에 따라 그 사람의 임무를 감당할 신명의 호위를 받는다고 말씀하셨다.03 즉 천지공정에 참여한 사람은 각자의 기국에 맡게 임무가 주어지고 그 임무를 감당한 신명의 호위를 받는다는 것이다. 대순진리회 평도인 이상의 수도인들은 모두 직분을 지니고 있는데, 이 직분이 바로 각자의 기국에 맡게 주어진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이 임무는 신앙의 3대 원칙인 포덕, 교화, 수행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도인들은 먼저 타인을 위해서 대도의 이치를 알리고 상제님의 덕화를 펼치는 포덕과 천리와 인사의 합일성을 밝혀 만상만유가 도 안에서 생성 존재하고 있는 진리를 밝히는 교화에 힘써야 하며, 마음을 닦고 몸으로 행하는 자기 수행에도 노력을 다해야 한다. 즉 자신을 위한 수행과 타인을 위한 포덕·교화에 충실하게 임할 때 직분을 다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자의야 업자통야(職者醫也 業者統也)”, 즉 ‘직업은 의통이다.’라는 말씀은 어떤 뜻이겠는가? 이는 수도인들의 직분과 임무가 바로 의통(醫統)이라는 뜻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경』에서 의통이란 말은 “醫統 忘其父者無道 忘其君者無道 忘其師者無道 世無忠 世無孝 世無烈 是故天下皆病”04에서 등장한다. 즉 세상에는 충·효·열의 윤리도덕이 다 끊어져 천하가 다 병들었는데, 의통은 이 무도병을 치유하여 질서를 바로잡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포덕교화기본원리1』에는 상제님께서 원시의 신성·불·보살의 호소와 청원으로 삼계를 대순하시며 천하의 병세를 진단하시고는 음양합덕·신인조화·해원상생·도통진경의 진리에 의한 종교적 법리가 천하 대병의 약이라고 하셨다고 되어 있다.05 그리고 상제님의 말씀이 곧 약이며 그 말씀을 잘 믿으라고 하셨다.06 이는 즉 상제님께서는 천하의 병을 치유하시는 의원이시며 이 의원께서 주시는 약은 바로 당신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제님의 말씀과 뜻을 전하는 포덕은 곧 병든 천하에 사는 사람들에게 약을 전하여 낫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교화는 상제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므로 그 약 기운이 깊숙이 들어가 치유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수행은 수도인 자신도 상제님의 말씀을 실천하여 무도병에서 벗어나는 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직업이 의통이다.”라는 것은 수도인들의 직분과 임무의 구체적 실행인 포덕·교화·수행을 통해 윤리도덕을 세우고 천하의 질서를 바로 잡는 일에 종사함을 의미한다. 또한 의통(醫統)의 ‘통(統)’ 자는 ‘합침’의 의미를 지니므로 ‘의(醫)에 합치됨’ 또는 ‘의(醫)에 통함’의 뜻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이후에 괴병이 온 세상에 유행하리라고 하셨으며07 죽음을 밟아 병자를 구하러 다닌다고 하셨다.08 그리고 천강(天降)을 받으면 병든 자를 한번만 만져도 낫게 할 것이며 또한 건너다보기만 하여도 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09 이런 말씀을 비추어 볼 때 의통은 의(醫)에 통하여 괴질병이 돌 때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고 그들을 구하는 능력을 얻게 됨을 뜻한다. 앞에서 설명한 의통은 무도병을 고쳐 참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윤리적·교화적인 측면이라면 이 의통은 육체적·물리적인 병까지를 치유하는 초월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후자의 의통은 수도인의 바른 수도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전자의 의통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이후에 병겁이 온 세상을 뒤덮어 누리에게 참상을 입히며 거기에서 구해낼 방책이 없으니 의통을 잘 알아두라고 말씀하셨다.10 수도인들은 상제님의 뜻을 받들어 천하 창생을 병겁에서 구제하는 대의를 세우고 내실 있는 수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직분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임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직분은 천지공정이자 하늘의 일이므로 성스러운 직업이다. 이 성스러운 직업은 인간 역사상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직업이다. 그러므로 수도인들은 하늘의 일에 동참할 수 있게 해 주신 연원과 선각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맡은 직분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충실과 근면으로써 직분의 수행에 최선을 다하여야겠다.
01 행록 5장 38절. 02 예시 17절 참조. 03 교법 2장 17절. 04 행록 5장 28절. 05 『포덕교화기본원리1』 참조. 06 교법 2장 1절 참조. 07 예시 41절 참조. 08 예시 43절 참조. 09 교운 1장 58절 참조. 10 공사 1장 36절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