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 3
그것은 아이히만이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면 지극히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는 좋은 가장이었으며 탁월한 행정 능력을 보여준 공무원이었다. 그는 재판 내내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건 그저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고 강변했다. 물론 그 '업무'의 결과가 수백만 명의 죄 없는 목숨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렌트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아이히만이 스스로 '자신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히만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는 기계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나치가 정한 법과 명령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살인 기계' 말이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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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7.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