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수(宿) 중 스물여덟 번째 별자리인 진수(軫宿)는 정수ㆍ귀수ㆍ류수ㆍ성수ㆍ장수ㆍ익수와 함께 화기운(火氣運)을 맡아 다스리는 남방 주작(朱雀) 7수(宿)에 속한다. 『천문류초(天文類抄)』01와 『사기(史記)』의 「천관서(天官書)」에는 주작의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진수는 7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수의 수거성(宿距星)02인 진성(軫星)은 4개의 주홍색 별로 이루어져 진수를 대표한다.
★ 진성은 수레와 말타기, 장군과 악부(樂府), 바람을 관장한다. 당시 임금의 수레가 쓰인다는 의미는 병란이 일어날 것을 의미하였으므로 진성이 밝으면 수레가 제대로 쓰인다 하여 사람들이 많이 죽거나 다친다고 여겼다. 그리고 오성(五星)03이 진성을 범하면 나라를 잃고 여자가 정사를 맡게 되며, 100일이 못되어 사람들이 화를 입게 된다고 전한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진수는 28수 신명 중에서 유융(劉隆)04신명이 관장한다.
진성은 24절후 중 우수(雨水: 양력 2월 19일경) 때에 동쪽에서 떠오른다. 우수는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을 느낄 수 있는 때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됨을 의미한다.
★ 진성의 좌우에 각각 1개씩 위치한 붉은색의 별인 좌할(左轄)과 우할(右轄)은 임금이 타고 다니는 수레를 보필하는 제후 또는 수레의 바퀴살을 의미한다. 그래서 좌할과 우할이 진성보다 밝으면 제후가 임금이 되기 위해 흑심을 품거나 모반을 꾀하게 되고, 진성에서 멀어지면 천자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고 한다.
진성 안에 1개의 붉은색 별로 이루어진 장사(長沙)는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서 그 별빛이 밝으면 임금의 수명이 늘어나고 자손이 번성한다고 전한다.
★ 진성의 아래에 2개의 누런 별로 이루어진 군문(軍門)은 임금 육군(六軍)의 출입문을 의미하며, 주로 군사상의 필요로 적진의 형편을 살피는 척후를 주관한다. 객성이 범하면 도로가 불통(不通)하다고 한다.
군문의 아래에 4개의 누런 별로 이루어진 토사공(土司空)은 논이나 밭의 경작을 위한 토목공사와 여인의 길쌈 등을 맡는다. 별빛이 고르게 밝으면 천하에 풍년이 들고, 미세하고 어두워지면 곡식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전한다.
★ 군문의 옆에 7개의 별로 이루어진 청구(靑邱)는 한자를 청구(靑丘)라고도 하며,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동시에 주관한다. 그러므로 별빛이 밝으면 우리나라의 병사들이 강성해지고, 별이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병사들이 난을 일으킨다고 전한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산해경(山海經)』05의 「해외동경(海外東經)」 에서는 청구국 백성은 오곡을 먹고 명주옷을 입으며 태평성대가 되면 나타나는 9개의 꼬리가 달린 여우가 있다고 표현했고, 『사기정의(史記正義)』06에는 청구국이 바다 동쪽으로 300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천진에서 멀지 않은 요서 지방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 청구의 아래에 이루어진 기부(器府)는 악기를 맡은 부서를 의미하며, 여러 가지 악기를 주관한다. 『천문류초』에는 29개의 별로 이루어졌지만, 『보천가(步天歌)』07에는 32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별이 밝으면 팔음(八音)이 조화를 이루고 임금과 신하가 평화롭게 지낸다고 전한다.
『홍연진결(洪煙眞訣)』08에 따르면 하늘의 현상이 인세에 영향을 준다고 믿어 땅에 별자리를 대응해 놓았다. 우리나라 땅에서 진수는 전남 지역인 광주광역시, 담양군의 창평면, 화순군, 장흥군, 순천시, 고흥군, 보성군, 곡성군, 구례군, 광양시에 해당한다.
진수는 황도 12궁 중에서 처녀자리(Vir)와 천칭자리(Lib) 사이에 해당하며, 서양의 별자리와 비교해 볼 때 까마귀자리(Crv)에 위치한다. 진수의 수거성인 진성 중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1개의 별과 까마귀자리 γ(Gamma)별을 비교할 수 있다.
2.6등급의 밝은 별인 까마귀자리 γ(Gamma)는 기에나(Gienah)라고도 하며, 오른쪽 날개를 의미한다. 까마귀자리는 대부분 3등성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5등성으로 이루어진 컵자리보다는 잘 보인다. 사다리꼴 모양인 까마귀자리는 까마귀의 형태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인지 돛과 비슷하다 하여 돛대별(the Spanker Sail)이라 부르기도 한다.
▲ 『우주로 가는 별자리 지도』에서의 까마귀자리
서양의 까마귀자리에 관한 설화는 익수에 나온 컵자리와 관련된 설화로 내용이 같다.09 태양의 신 아폴론(Apollon)의 애완 새였으나 심부름을 게을리한 벌로 까마귀가 되었다는 설과 아폴론의 아내 코로니스(Coronis)가 간통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살해하게 한 까마귀의 설 등을 통해 보면 까마귀는 거짓말쟁이에다가 게으른 새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불길한 새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나, 옛날에는 행복을 안겨주는 새로, 한 해의 신수를 보는 데 까마귀를 사용한 예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검은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여기지만, 전설로 전해지는 붉은색이나 금색의 까마귀는 태양과 효도를 뜻한다 하여 길하게 여긴다. 아랍은 까마귀를 예조(豫兆)의 부(父)라 불렀으며, 유럽 대부분에서는 까마귀가 일반적으로 불길한 새로 지목되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Odin)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하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 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마의 새로 인식하였다. 지금도 까마귀에 관한 속언을 신성시하는가 하면 불길하다고 하여 싫어하는 등, 극단적인 전승(傳承)이 전해지고 있다.
▲ 까마귀자리와 컵자리
그동안 “28수 별자리”를 연재하면서 좀 더 전문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쓰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동양과 서양에서 바라보는 별자리의 관점과 의미에 대해 폭 넓게 알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01 세종의 명에 따라 천문학자 이순지[李純之, 1406(태종 6)∼ 1465 (세조 11)]가 편찬한 천문학 서적.
02 각 수(宿) 구역의 서쪽에 위치한 가장 밝은 별로 28수의 위치를 쉽게 찾는 기준이 된다.
03 세성(歲星: 목성)ㆍ형혹(熒惑: 화성)ㆍ태백(太白:금성)ㆍ진성(辰星: 수성)ㆍ진성(鎭星: 토성)의 5개 행성.
04 광무제를 호위하는 기병의 관직에 있었을 때 처자를 잃었다. 훗날 호구조사의 비리에 연루되었으나 광무제가 사형 대신 서인으로 사면하여 목숨을 건졌으며, 다시 벼슬에 올라 큰 공을 쌓은 후 표기장군의 자리에까지 이른 인물이다.
05 중국 선진(先秦)시대에 곽박(郭璞)이 기존의 자료를 모아 저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신화집, 지리서.
06 당나라 장수절(張守節)이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주석을 달아 만든 역사서.
07 보천가 또는 구법보천가(舊法步天歌)라고 한다. ‘별자리와 별자리의 사이를 걸어가듯이 길이를 재는 노래’라는 뜻으로, 당(唐)나라의 왕희명(王希明)이 지은 칠언의 시결(詩訣)로 되어 있다.
08 화담 서경덕 선생이 짓고 토정 이지함 선생이 수정한 고대 천문, 기문, 둔갑술에 대한 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