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 연구팀은 어릴 때 정서 학대를 받은 학생들을 상대로 대인관계의 안정도와 만족도 연구를 진행했다. 정서 학대에는 성, 신체, 감정적인 학대와 무시가 포함된다. 어릴 때 정서적 학대를 받은 학생들은 자기 비하에 빠져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강한 비난을 하게 되고, 이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족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학대 경험이 심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일으킨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어린 시절의 학대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 자체를 자신의 내면으로 체화(體化)해 버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정서적인 학대가 개인의 성격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자기 비하에 빠져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다른 사람과 낭만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01
위의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자식을 양육하는 일은 많은 정성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또한 어느 시대에나 자식을 양육하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오죽했으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겠는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자식을 키우는 어려움은 아동기 아이들의 경우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운 7살이 이제는 미운 4살이 되었다고들 한다. 아동기에 어린이가 무작정 부리는 떼는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데, 아동이 무작정 떼를 쓰는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은 나름의 계산 된 행동에서 나온다. 아동의 행동 동기를 이해하면 부모와 아동 간의 갈등 원인을 줄이고, 자녀를 효율적으로 양육할 수 있다.
여기에 자녀를 효율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민주적 양육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민주적 양육방식 이론은 드라이커스(Dreikurs)에 의해서 발전하게 된 이론이다. 드리이커스는 1897년 비엔나에서 출생하여 비엔나 의대를 졸업하고 가족상담과 정신치료요법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는 가정 내에서 인간관계에 치중하여 민주적인 생활태도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1972년 죽음을 맞기까지 전 세계에 걸쳐 부모교육, 결혼과 가족상담, 교육 분야, 정신(심리)요법 실시 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드라이커스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기 때문에 평등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간적, 사회적 권리를 인정하여 상호 존중하는 민주주의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보았으며,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민주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드리이커스의 민주적 양육방식의 이론은 첫째 부모가 적절한 권위와 허용을 통해 민주적인 태도를 증진시켜야 하며, 둘째 자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해하고 격려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동기를 유발하며, 셋째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자기조절과 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넷째, 부모와 자녀 간의 평등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드라이커스는 부모 역할에 대한 전략을 다음과 같은 가정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동의 행동에는 목적이나 원인이 있다. 즉, 행동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아동의 행동을 사회적인 배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고, 아동 행위의 목적은 그 행동이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아동은 심리적 목표를 정하고 계획하여 행동으로 옮기므로 부모들은 무엇보다 아동의 심리적 목표와 행동전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아동은 인정받거나 소속감을 얻기 위해서 여러 가지 행동을 하게 되는데, 만약 아동이 인정받을 수 없다고 느낄 때면 잘못된 행동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성취하려고 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들이 자녀가 잘못된 행동목표가 아닌 긍정적인 행동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심리적 목표 및 행동전략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여 아동의 행동에 대처하여야 한다.
드리이커스는 아동의 대표적인 잘못된 행동목표를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분류하였다.
1. 관심끌기
자신이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아동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어야만 안전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아동들의 행동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행동목표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관심을 얻지 못했을 때는 부정적인 방법으로라도 관심을 얻고자 노력하는 행동을 나타낸다. 관심을 끌기 위한 부정적 행동에 대해 아동의 기대에 부응하여 부모가 항상 관심을 보이면 잘못된 행동 곧, 부정적 방법은 고쳐지지 않고 점점 더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부수적으로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강화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바람직한 행동에는 관심을 보이고 잘못된 행동에는 무관심해야 한다.
관심끌기 행동의 예
상황 : 엄마가 바쁘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바퀴가 빠진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지금 당장’ 고쳐달라고 졸라댄다.
엄마의 일상적인 느낌 및 반응과 그에 따른 결과
반응 1 : 귀찮다고 느끼며 얼른 고쳐줌.
결과 : 다음 번에도 그런 식으로 자기요구를 충족시키도록 강화하게 됨
반응 2 : 귀찮다고 느끼며 바쁜데 그러냐고 야단침.
결과: 아동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킴. 그러나 역시 아동의 행동을 강화하게 됨
바람직한 반응의 예 : 일단 아이에게 눈을 돌려 관심을 보이고 ‘엄마가 지금 바쁘니까 혼자 고치고 있으면 곧 도와줄께’라고 말하며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는 동안 아이를 격려해 준다.
2. 힘 행사하기(반항하기)
아동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누구도 자신을 지배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그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아동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야만 가정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시험해보려고 한다. 이 시기에 아동은 부모의 요구에 “싫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부모의 요구를 거절하고 반항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자녀를 힘으로 복종시키면 그 다툼에서 이길 수 있으나 부모-자녀 관계는 악화되고 결국 자녀의 더 심한 행동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는 자녀를 다룰 때 화내지 말고 누가 주도권을 잡고 누가 이기느냐는 것에도 초연해져야 한다. 힘 행사하기를 하려는 아동의 시도에 대항하여 부모가 억누르고자 힘을 행사하는 것은 아동으로 하여금 힘의 가치를 실감하게 하여 힘 행사하기를 강화하게 만든다. 나아가 아동은 힘 행사하기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이것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보복을 시도한다. 부모는 보통의 인간관계에서처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은 필연적이므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한편, 자녀와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행위 대신 힘을 건설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힘겨루기의 예
상황 : 아이는 한 번만 더 자전거를 타겠다고 약속해 놓고 계속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오라는 엄마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엄마의 일상적인 느낌 및 반응과 그에 따른 결과
반응 1 : 부모는 계속 잔소리를 한다. -> 아동은 계속 못 들은 체하며 힘겨루기를 한다.
반응 2 : 잔소리에 지쳐서 화가 난 부모는 야단치며 아이의 팔을 잡아당긴다. 결과: “싫어요” 하며 아이는 피해 다니며 힘겨루기를 더욱 교묘하게 사용한다.
바람직한 반응 : 담담한 어조로 “엄마랑 너랑 누가 이기나 해보려는 거지? 엄마는 들어가서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하며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3. 앙갚음하기(보복하기)
힘 행사하기에 대한 투쟁이 계속되어 부모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면 아동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며 또,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아동은 자신이 상처를 받았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앙갚음하기를 추구하게 된다. 즉, 심술궂은 행동과 잔인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 부모는 자녀의 행동이 좌절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녀에게 선의를 보여주고 침착하게 부모와 자녀 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만약 부모-자녀 간에 ‘앙갚음’의 투쟁이 계속된다면 자녀들은 완전히 패배감을 느끼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진보하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무능한 행동을 하게 된다.
보복하기의 예
상황 : 아이는 조용히 놀고 있는 동생에게 자꾸 싸움을 걸거나 때린다. 이러한 행동을 말리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만 야단치고, 엄마 미워요”라고 말한다.
엄마의 일상적인 느낌 및 반응
반응 1 : “넌 늘 못된 짓만 하는구나! 엄마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반응 2 : “그래! 엄마가 미우면 어디 너 이제 엄마 없이 살아봐라! 엄마도 몰라!”
바람직한 반응 : “엄마가 너만 야단치고 미워한다고 생각하는구나!”라며 껴안아 준다.
4. 무능함 보이기(부족함 보이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은 만족할 만한 행동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될 때 아동은 실패를 예상하고 타인과 함께하는 것을 피하려 하는 행동목표를 가지게 된다. 아동은 실망하여 쉽게 포기하고 사회적 상호관계나 책임을 피해 퇴행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고 한다. 자녀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지 말고 장점을 찾아 칭찬과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무능함 보이기의 예
상황 : 아이와 외출하려는데 신발을 신겨달라며 가만히 서 있자 엄마는 혼자 신으라고 하고 아이는 자기 혼자는 못한다고 말한다.
엄마의 일상적인 느낌 및 반응
반응 1 : 우선 아이를 딱하게 생각하고 답답한 마음에 아무 말 없이 신겨준다.
반응 2 : “그것도 혼자 못 신니”라고 화가 나서 야단치지만 결국 대신 신겨준다.
바람직한 반응 : 아동이 스스로 하도록 가르쳐주고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줌으로써 아이의 노력을 격려해 준다.
이상에서 아동의 행동은 반드시 위와 같은 순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아동의 인식에 따라 네 가지 행동 중 어떤 행동이라도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잘못된 행동 목표는 10세 이하의 아동에게서 쉽게 관찰되며, 아동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고 가정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잘못된 행동목표를 세우지 않고 제시된 환경에 잘 적응하게 된다.
아동을 이해하고 지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논리에 의해 생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드라이커스는 아동이 잘못된 행동의 목표를 세우는 내면에는, 가족과 지역사회에 소속되고 싶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자신을 보살핌으로 바빠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은 마음과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며, 자신을 괴롭힌다고 믿는 사람에게 보복하고자 한다. 나아가 그들은 보호받고 싶어서 움츠러들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따르지 않으며 무기력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동의 모든 행동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목표가 있음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신체적인 힘보다는 심리적인 힘을 추구함으로써 더욱 완전해지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이 목표에 이르는 방법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삶의 방식이 다르고 일상생활에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반응양식도 다르다. 이러한 원리는 아동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므로 아동을 이해하고 지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며, 아동은 그들 자신의 논리에 의해 생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아동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인성, 태도, 신념 등을 포함하는 생활양식을 형성해 가는데, 부모의 양육태도가 그것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4∼5세경에 생활양식이 거의 형성된다. 그러므로 부모는 가정에서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자녀가 건설적인 생활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녀와 바람직한 상호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호존중과 평등에 근거한 민주적인 부모와 자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격려’이다. 격려를 통해 아이에게 자신감을 길러주는 한편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 또는 가치감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자녀를 훈육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연적 결과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자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의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결과를 경험하는 것이다. 자연적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보상과 벌을 받는다고 느끼게 하며 행동을 통제하면 아동은 스스로 교훈을 얻고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눈싸움을 할 때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시리고, 아침식사를 거르면 점심시간까지 배가 고픈 것을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자연적 결과는 자녀가 취한 행동과 그 결과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부모와 자녀 간의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막게 해준다. 이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자녀의 책임감과 독립성을 키워준다.
그러나 자연적 결과의 방법은 유익하지만 자연적 결과에 맡겨버릴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아동이 위험한 상황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 자연적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동이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을 때에는 논리적 설득 방법이 필요하다. 논리적 설득이 필요한 이유는 아동에게 부모나 성인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며, 부모로 하여금 아동과의 권력투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은 자녀 양육에 있어서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코치하는 부분에 대하여 알아보자.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치
‘감정코치’라는 말은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세계적 가족치료 전문가인 가트맨 박사는 워싱턴 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감정’에 초점을 둔 부부, 부모-자녀 관계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치료 전문가이다. 가트맨 박사는 수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감정코치를 받은 아이가 소변에서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가 그렇치 않은 아이들보다 낮게 나왔고, 유행성 감기와 같은 전염성 질환에 걸리는 일도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습능력, 사회적응력 등도 좋다고 강조한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원장도 “부모가 아이에게 감정코치를 잘하면 아이에게서 행복감을 느끼는 세로토닌(Serotonin)02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나오고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잉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스트레스 지수가 낮고 면역력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존 가트맨의 연구 결과는 NBC, ABC, BBC, ‘오프라 윈프리 쇼’, ‘뉴스위크’, ‘타임’ 같은 유수한 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그가 개발한 ‘감정코치’라는 신교육 개념은 2006년 MBC 스페셜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소개돼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감정은 어른이든 어린이든 누구나 동일하게 느낀다. 어른이라고 해서 더하고 어린이라고 해서 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들어 줄 대상이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만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영유아와 아동기의 어린이들은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또는 언짢을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장 먼저 부모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자녀가 화가 나고 슬픈 일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부모들의 반응은 다음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축소전환형 부모
축소전환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축소하거나 다른 감정으로 전환할 것을 강요하는 유형이다.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해 나쁜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끼던 장난감이 망가져 우는 아이에게 “뭘 그런 걸로 울고 그래. 간식이나 먹자”며 슬픈 감정의 축소를 강요하고 식욕으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는 식이다.
억압형 부모
억압형 부모는 축소전환형 부모보다 아이의 감정을 강하게 비난하고 억누른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면 매를 들거나 야단을 치며 감정 표출을 금지하는 식이다.
방임형 부모
방임형 부모는 아이의 모든 감정을 인정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감정을 인정만 해줄 뿐, 적절한 후속조치나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짜증과 분노를 비롯한 모든 감정의 표출에 제재를 받은 적이 없는 아이는 감정조절능력을 익히지 못해 원활한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겪게 된다.
감정코칭형 부모
감정코칭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을 하지만, 행동에는 분명한 제한을 둔다”, “모든 감정을 허용하지만,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감정코칭형”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스스로 위험에 처할 만한 행동은 정확하게 제지하는 대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남겨둔다.
그렇다면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주어야 하는가? 가트맨 박사는 비록 실천하기 조금 어렵지만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부모 스스로가 감정코치가 되어 “아이의 감정은 다 받아 주고, 행동은 잘 고쳐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가트맨 박사는 다음의 과정을 제시한다.
▶ 감정코치의 사례
기르던 물고기가 죽어서 슬피 울고 있는 자녀에게 감정코치 하는 사례
00야 네가 아끼는 물고기가 죽어서 슬프구나? ▶감정인식하기
그래서 눈물이 이렇게 많이 났어? 엄마 같아도 눈물이 났을 것 같아. ▶감정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경청하기
엄마도 어렸을 때 병아리를 키웠는데 죽어서 엄마도 많이 울었단다.
엄마도 그런 적 있어요?
그렇단다. 그럼 우리 00야 이 죽은 물고기를 위해 우리가 뭘 해줄까?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풀릴 것 같니. ▶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물고기를 묻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럼 엄마가 준비를 해줄께 같이 가서 묻어주자.
그럼 제가 물고기에게 잘 가라고 편지를 쓸께요.
네 마음이 이제는 좀 풀렸니?
엄마랑 애기하고 나서 물고기를 묻어줄 생각을 하니 이제는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에 동조해 준다면 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자신의 감정을 알아준 사람과의 관계가 예전보다 훨씬 친밀해지기 마련이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한다.”는 말이 있다.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은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밑거름과 같다. 이러한 감정 공감하기는 상사나 고부(姑婦) 간의 관계도 원활하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감정코치를 하기란 쉽지 않다. 감정코치를 하는 부모의 고민은 ‘아이가 감정을 보일 때마다 어떻게 반응을 할까?’이다. 정답은 자녀의 모든 감정을 100%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전체 감정 행동 가운데 40%만 반응해주면 나머지는 아이 스스로 감정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어릴 때 정서적 학대를 받은 학생은 자기 비하에 빠지고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이루는 데 어려움을 갖게 됨을 보았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양육에 있어서 드라이커스가 제시한 민주적인 양육방식으로 많은 정성과 보살핌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가 아동기 자녀의 양육에 정성을 드려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듯이, 아동 또한 최초로 접하는 가족으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소속감을 얻으려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소속감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아동은 자신의 논리로 잘못된 행동목표를 세워서 부모와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동기의 자녀를 대할 때 상호존중과 격려하는 민주적인 양육방식을 취해야 한다. 더불어서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행동은 고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자녀에 대해 감정코치를 하여야 한다.
현재 어린 자녀가 속을 썩인다면 부모는 우선 자신의 양육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유아나 아동은 자신이 가족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면 잘못된 행동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혹 아동이 잘못된 행동목표를 세우고 잘못된 행동을 했더라도, 가족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부모의 인정을 받으면 그러한 행동을 멈추고, 건설적인 생활목표를 세우고 부모와도 바람직한 상호관계를 이루기 위해 자녀의 행동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이혼하는 가정은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가정에 화기(和氣)를 잃지 않고 수도인으로서 책무를 다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도통에 이르는 길도 멀고 험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도를 이유로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불어 자녀 양육에도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작고 힘없는 어린이지만 그도 인격을 지닌 한 인간이다. 민주적인 양육방식과 감정코치의 핵심은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다. 후천은 인존(人尊)시대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을 인존으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인존으로 대하겠다고 한다면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격이라 할 것이다. 결국, 내 아이가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