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산골꼬마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두 살 위 언니의 놀이터에서의 실족으로부터, 언니가 불구가 되어 가는 삼 년 동안, 부모님이 아닌 다섯 살 위, 둘째 언니의 등 위에서 보는 너무나 갑자기 작아진 듯한 세상이었습니다. 꼬마는 어두운 밤에도 초 하나면 밝기만 했던 세상이 왜 점점 어두워지는지 알 수 없어서 흙바닥에, 돌멩이에, 아무 종이에나 보이는 모든 것을 옮겨 그려 보았습니다. 그리기 어려운 대상이 나오면 곰곰히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고, 그릴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바위도, 돌멩이도, 흙도 그리다 그리다가 어느 새 꼬마는, 사람도 되고 나무도 되고 작은 먼지 알갱이가 되어 보니 사람이든 나무든 먼지 알갱이든 다 거기서 거기 같고 그냥 한데 어우러졌을 때만이 가장 단단하게 그대로 언제까지나 있어줄 것 같고... 그래서 꼬마는 어른이 되면서 더 많은 그림들을 눈 속에서 세상으로 내어 그리는 게 일이 되었고, 그렇게 이십 이 년이 흘러 선각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그려야 하고,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꼬마의 바램처럼 꼬마가 선각을 만날 때까지 그렸던 아름다운 그림들은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그리고, 그려갈 꿈들은 미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그곳에는 우리가 이별했던 모두가 함께 웃고, 함께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꼬마는 이제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아름다움의 이유는, 함께 있는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