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기(無自欺)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즉,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짓을 행하게 되면 잘못된 일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척(慼)이 되어 나타나게 되며, 이 척이 자신의 앞길을 막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도통(道通)을 바라고 큰 운수(運數)를 보고 나아가는데 도통과 운수를 바라기만 하면 무엇하겠습니까! 나 자신이 그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대순회보》12호, 「도전님 훈시」)
상제님께서 대순하신 진리를 종지로 하여 이상적 인간상과 세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는 도주님께서 1925년 종단 무극도(无極道)를 창도하시면서 선포하신 대순진리회의 ‘목적(目的)’에 잘 드러나 있다. 대순진리회의 목적은 ‘무자기(無自欺) - 정신개벽(精神開闢), 지상신선실현(地上神仙實現) - 인간개조(人間改造), 지상천국건설(地上天國建設) - 세계개벽(世界開闢)’이다. 여기서 무자기는 인간 내면세계에 관한 것으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이 된다.
‘무자기’의 자해(字解)는 ‘스스로 속임이 없다.’는 뜻이며, 우리 도(道)에서 무자기의 의미는 내적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이고 외적으로는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대순지침』에서는 “‘있는 말로 일을 꾸미면 천하가 부수려 해도 못 부술 것이요, 없는 말로 일을 꾸미면 부서질 때는 여지가 없나니라.’ 하셨으니 무자기(無自欺)를 뜻하심이다.”01라고 하셨고, 『대순진리회요람』의 「훈회」 ‘마음을 속이지 말라.’의 설명에서 사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양심을 간직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무자기는 도인(道人)의 옥조(玉條)니, 양심을 속임과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언행과 비리괴려(非理乖戾)를 엄금함.’을 수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무자기는 수도의 근본이 된다. 마음은 일신을 주관하여 만기(萬機)를 통솔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순지침』에 “마음이 참되지 못하면 뜻이 참답지 못하고, 뜻이 참되지 못하면 행동이 참답지 못하고, 행동이 참되지 못하면 도통진경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心不誠 意不誠 意不誠 身不誠 身不誠 道不誠)”02고 하셨다. 마음이 참되지 못하면 도통진경에 이를 수 없다. 우리 수도인이 무자기를 근본으로 수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마음을 속이는 것은 신(神)을 속이는 것이 된다. 크고 작은 일을 천지의 귀와 신이 살피기 때문이다. 『대순지침』에 “과오를 경계하기 위하여 예부터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自欺自棄)이요, 마음을 속이는 것은 신을 속임이다(心欺神棄).’라고 하셨으니, 신을 속이는 것은 곧 하늘을 속임이 되는 것이니 어느 곳에 용납되겠는가 깊이 생각하라.”03고 하셨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하늘을 속이지 않기 위해서는 신(神)을 속이지 말아야 하고, 신을 속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양심에 따라 무자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학 경전에서도 이러한 무자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학(大學)』의 8조목 가운데 ‘성의(誠意)’를 설명한 부분에서 그 의미의 일단이 나온다. “이른바 ‘그 뜻을 성실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아니하는 것이니[毋自欺], (악을 미워하기를) 악취(惡臭)를 싫어하는 것과 같이하며, (선을 좋아하기를) 호색(好色)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하나니, 이것을 스스로 만족함[自謙]이라 이른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어도 그 마음을 진실되게 하는 것이다.”04
주자(朱子, 1130∼1200년)는 그의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 위 구절을 “무(毋)는 금지를 뜻하는 말이다. 스스로 속인다는 것은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해야 함을 알지만 마음의 발하는 바가 충실하지 못함이 있는 것이다.”05라고 풀이하였다. 이처럼 주자는 ‘스스로 속이는 것’을 선행과 악행의 구분을 알면서도 마음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 못함을 뜻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 무자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첫째, 물욕에 의하여 발동하는 욕심을 버리고 천성 그대로의 본심인 양심을 되찾기에 전념하여야 한다. 인간이 도리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감행하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상제님께서 “진실한 마음을 굳게 간직하면 복이 먼저 온다(眞心堅守福先來).”06 하셨고, 도전님께서는 “무자기를 근본으로 하여 허세를 버리는 것이 만복의 근원이 된다.”07고 하셨다. 이러한 말씀과 같이 언제나 양심을 되찾기에 전념하여 진실한 마음을 간직해야 나의 언행이 도리에 알맞게 되고 만복이 이른다.
둘째, 인성(人性)의 본질인 정직과 진실로써 일체의 죄악(罪惡)을 근절하여야 한다. 인간의 모든 죄악의 근원은 마음을 속이는 데서 비롯하여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제님께서 “사곡한 것은 모든 죄의 근본이요, 진실은 만복의 근원이 되니라.”08고 하셨고, 도전님께서는 “도주님께서 ‘먼저 나의 마음을 참답게 함으로써 남의 마음을 참되게 하고, 먼저 내 몸을 공경함으로써 남도 몸을 공경하게 되며, 먼저 나의 일을 신의로써 하면 남들이 신의를 본받게 된다(先誠吾心 以誠他心 先敬吾身 以敬他身 先信吾事 以信他事).’는 말씀을 각각염념(刻刻念念)하라 하셨으니 잘 기억하여 두라.”고 하셨다. 우리는 정직과 진실로써 일체의 죄악을 멀리하고 먼저 나의 마음을 진실하게 함으로써 남이 그것을 본받도록 실천해야 한다.
이와 같이 무자기는 안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으며 밖으로는 거짓된 언행을 삼가는 것이다. 무자기의 실천방안은 모든 언어·행동·처사에서 사심을 버리고 양심을 되찾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고, 인성의 본질인 정직과 진실로써 일체의 죄악을 근절하는 것이다. 모든 도인은 무자기를 근본으로 실천 수행함으로써 수도의 완성을 기하고, 포덕·교화·수도 사업에 성·경·신을 다함으로써 우리 도의 목적인 지상천국 건설에 이바지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