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靑羊)의 해인 을미년에는 아직 숨겨진 의미들이 더 있다. 그것은 을미년(乙未年)의 을(乙)이 그 글자 자체로도 도주님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천간, 을(乙)
을(乙)이라는 한자의 뜻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글자가 일반적인 새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권위 있는 자전(字典)들에는 그런 뜻이 나타나지 않는다. 새와 관련된 의미로는 제비[燕]의 뜻이 유일하다.01
을(乙)이 원래 상형했던 바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설문해자(說文解字)』(이하 『설문』)를 보아야 한다. 『설문』은 중국 동한(東漢)시대의 학자였던 허신(許愼, 30∼124)이 1만여 자에 달하는 한자(漢字)를 연구하여, 그 글자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뜻과 모양 그리고 음(音)에 대해 해설한 중국 최초의 자전이다. 이후의 자전과는 달리 『설문』은 을(乙)을 설명하기 전에 갑(甲)을 먼저 설명하고 있다.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천간(天干) 열 글자를 부수로 설정하고, 갑(甲)부 다음에 을(乙)부를, 을(乙)부 다음에는 병(丙)부를 …, 이런 순서로 글자들을 나열하여 하나씩 해설하였다는 뜻이다.02
이러한 서술 구조 때문에 을의 뜻을 좀 더 깊이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설문』에서 말하는 갑(甲)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문』은 “曱 東方之孟 昜气萌動 从木戴孚甲之象 大一經曰 人頭空爲甲”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동방의 시작, 양기(陽氣)에 싹이 동하니 줄기 위에 씨앗껍질을 이고 있는 형상이다. 대일경(大一經)에 이르기를 사람 머리뼈(해골)가 갑(甲)이라 하였다.”는 뜻이다.
한편 을(乙)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象春艸木冤曲而出 陰气尚彊 其出乙乙也. 與丨同意. 乙承甲 象人頸.
(봄에 초목이 움틀 때 앞이 막혀 구부러져 나오는데, 여전히 음기가 강하여 그 움터 나옴이 어려운 모양을 상형한 것이다. 곤(丨:뚫을 곤)과 뜻이 같다. 갑을 이었고 사람의 목을 상형한 것이다.)
그 뜻은, 씨앗 껍질 안의 싹[曱]이 곧이어 땅 위로 올라오는 싹[]의 모양으로 변화되니, 을은 갑을 이어 두 번째 천간이 되며, 갑과 함께 방위로는 동(東), 오행으로는 목(木), 사시(四時) 중 춘(春)을 상징하는 문자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을(乙)은 사람의 머리뼈를 상형한 ‘曱’ 다음의 신체 부위인 사람의 목을 뜻하기도 하니, 목과 같은 ‘’ 의 모양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갑(甲)이 양기에 의해 싹이 껍질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양[曱]이라면, 을(乙)은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역동적인 모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태극(太極) 문양이다. 태극은 만물의 본원이자 본체를 의미하는데, <그림 1>에서 보듯이 둥근 원(圓) 안에 물결치는 모양인 을(乙)로써 그려진다. 원(圓)이 우주와 만물 자체를 상징한다면, 이 을(乙)은 그 속에 깃든 힘찬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그 음의 유사성03으로 인해 중국을 시작으로 하는 한자문화권에서는 을(乙)이 일(一)과 통용되어 왔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일(一)이라는 한자는 서예에서는 의 형태로 써야 하는데 이 모양이 乙과 유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옛사람들은 일(一)이 만물의 본원인 도(道)를 의미한다고 보았으므로, 일(一)과 통용되는 을(乙) 역시 도(道)를 상징하는 글자로 여겨졌다.
도전님께서 “을(乙)은 갈 지(之)자와 같고 가는 것은 길이다.(1984. 음11.5)”라고 훈시하신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을(乙)이 갈 지(之)와 글자 형태가 거의 같고, 간다는 것은 길을 의미하며, 길은 곧 도(道)를 뜻하기에, 결국 을(乙)은 도(道)를 의미하게 된다.
鳥乙(조을)
을(乙)은 ‘을()’이라는 글자와 통용되어 왔다. 을()은 ‘제비 을’이라는 글자로 ‘을(鳦)’과 같은 글자이다. 그런데 제비 ‘을(鳦)’을 파자하면 조(鳥)와 을(乙)로 나뉜다. 즉, 을(乙)은 그 자체로 조을(鳥乙)이 되는 것이다.
한편, 조(鳥)는 조(趙)와 음이 같으니 조을(鳥乙)이란 조을(趙乙)이 되며, 결국 을(乙)은 을(乙)미생의 조(趙)씨를 말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도주님을 상징하는바, 하늘이 감추어 둔 이치란 이와 같이 신비하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제비[鳦: 鳥乙]가 박씨[朴氏]04를 가져다주어 보은(報恩)의 도를 행하고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덕을 펼치는 길조라는 이야기가 고전소설 『흥부전』을 통해 한국의 민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상제님의 공사를 보은으로 종결하시는 을미생의 조씨 성을 가지신 도주님,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종통을 계승하실 박씨 성을 지니신 도전님을 연상시킨다.
사실, 도주님께서 조을(鳥乙)의 이치로 오신 것을 상제님께서는 이미 몇몇 상징을 통해서도 알려주셨다. 그 하나는 상제님께서 동곡약방 남쪽 기둥에 친히 써 놓으신 친필로, 『전경』 앞 표지 부분에 실린 <그림 2>의 글자이다. 일반인들이 보면 읽기 난해한 이 글자를 도전님께서는 ‘봉(鳳)’이라고 알려 주셨으며, “상제님께서 봉(鳳) 자를 친필하신 뜻도 조을(鳥乙)을 밝혀놓으심이라.(1982. 음4.24, 윤4.26)”고 하셨다.
도전님께서 상제님의 친필이 봉(鳳)이며 봉(鳳)으로 조을(鳥乙)을 밝히셨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바는 없다. 그래서 이를 정확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어렴풋이라도 그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봉(鳳)자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설문』은 봉(鳳)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神鳥也, 天老曰 鳳之像也 麐前鹿後 蛇頸魚尾 龍文龜背 燕頷雞喙 五色備舉。出於東方君子之國 翺翔四海之外 過崐崘 飲砥柱 濯羽弱水 莫宿風穴 見則天下大安寕 从鳥凡聲 (신조神鳥이다. 천로[황제黃帝의 신하]가 이르기를, 봉의 형상은 앞이 기린이요 뒤는 사슴이며, 뱀의 목 · 물고기의 꼬리·용의 무늬·거북의 등·제비의 턱·닭의 부리를 가졌으며, 오색을 모두 갖추었다. 동방의 군자국에서 나와 사해 밖을 날아 곤륜산을 지나 지주砥柱05의 물을 마시고 약수에 깃을 씻으며 저녁에는 풍혈에서 자는데,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안녕하다 하였다. 조鳥부에 속해 있고 소리는 범凡과 같다)
봉(鳳)이 신조(神鳥)이며 동방(東方)의 군자국에서 나오고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안녕하다는 설명도 의미심장하지만, 조을(鳥乙)의 이치와 직접적인 관련을 지니는 것은 아마도 ‘从鳥凡聲’(종조범성), 즉 봉(鳳)이 ‘조(鳥)부에 속해 있고 소리는 범(凡)과 같다’는 설명일 것이다. 이것은 봉(鳳)이라는 문자가 뜻에 해당하는 글자인 조(鳥)와 소리에 해당하는 글자인 범(凡)이 합해져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봉(鳳)의 고문자에는 상제님의 친필과 유사한 글자가 있는데 이 문자는 조(鳥)의 고문자와 범(凡)의 고문자를 합친 모양이다. 고문자이든 현재 문자이든 결국 봉(鳳)은 조(鳥)와 범(凡)자로 파자된다.
봉(鳳)의 파자인 조(鳥) · 범(凡)이 조(鳥) · 을(乙)과 상통하려면 을(乙)과 궁(弓), 을(乙)과 지(之)처럼 을(乙)과 범(凡)이 그 모양에서 상통해야 하는데, 현재 사용되는 글자의 형태로만 본다면 그 유사성이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두 문자의 모양이 역사적 변화를 거치면서 그 동일성을 잃었기 때문으로, 사실 범(凡)과 을(乙)은 그 모양의 근간이 거의 동일하다. 범(凡)은 그 부수인 几로도 씌어져 통용되는데, 几는 궤(几: 안석)와 수(几: 깃 짧은 새가 나는 모양)이다. 이 글자는 丿[삐침별]과 [乙의 고문자]을 합친 글자이며, 또한 옆으로 눕혀서 보면 전체 모양 또한 을과 형태가 유사하다. 几와 쓰는 방식이나 형태가 거의 동일한 문자인 九[아홉구]의 부수가 을(乙)임을 본다면 범(凡)이 그 형태상 을(乙)과 상통함은 더욱 명확해 진다.
이에 더하여 『설문』에 나타난 고문자 형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범(凡)은 『설문』에 따르면 급(及)부에 속하는데 급(及)의 고문은 또는 弓로 을(乙)과 상통하는 모양이다. 또한 다음 그림에 보이는 범(凡)의 고문자, 궤(几)의 고문자, 수(几)의 고문자 모두 乙의 형태인 ,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고문자나 그 이후의 서체 대부분에서도 범(凡)은 그 근간이 을의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고,06 이렇게 범(凡)이 을(乙)과 상통하니 봉(鳳)의 파자인 조(鳥) · 범(凡)은 조(鳥) · 을(乙)과 상통하는 것이 되어서 봉(鳳)은 조을(鳥乙)이 되는 것이다. 결국 “상제님께서 봉(鳳) 자를 친필하신 뜻도 조을(鳥乙)을 밝혀놓으심이라.”는 도전님의 말씀은 봉(鳳)이 조을(鳥乙)임을 밝히신 것이다. 또 전술한 바와 같이 조(鳥)는 조(趙)와 음이 같으니 조을(鳥乙)이란 조을(趙乙)이 되므로, 상제님께서는 이 글자로써 당신의 뒤를 이어 종통을 세우고 도를 펼칠 진주(眞主)가 조(趙)씨로서 을(乙)의 을미년에 이 세상에 와 계심을 알리셨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진인이 을미생의 조씨로 오기 때문에, 도를 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을미생의 조씨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기에 하늘은 사람들에게 그 이치를 누구나 접하고 알 수 있도록 민요로써 세상에 널리 퍼뜨렸다. 하늘에서 어떤 비밀스런 미래의 일을 민요로 퍼뜨려 미리 알게 함은 종종 있어왔던 일이니, 그 대표적인 예가 1894년 갑오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이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 전역에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는 민요가 유행했다.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장본인은 전봉준인데 그의 별명은 녹두장군이었다. 녹두꽃이 떨어진다 함은 그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뜻이니, 녹두밭에 앉지 마라는 이 민요는 실패할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을 하늘에서 미리 경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동학농민운동이 끝난 후 여기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사람들은 모조리 처형되었으니 그 수가 수만 명을 헤아렸을 정도였다.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을미생의 조씨가 펼치는 도에 따라 수도를 해야 함을 알리기 위해 하늘에서 가르쳐준 것이 바로 ‘조을시구’이다. 이 말은 민요 가락이 매우 흥에 겨울 때 단골로 나오는 후렴구인데, 이 어귀의 ‘조을’은 조을(趙乙)이며, 시구는 곧 시구(矢口)이다. 시(矢)와 구(口)를 하나의 글자로 합치면 곧 알 ‘지(知)’가 되니, 따라서 조을시구는 ‘조을시구[趙乙知]’가 된다. 결국 조을시구는 ‘조씨 을미생을 알아라’는 뜻이다. 이 어귀는 시학공부를 할 때 봉강식을 거행하면서 낭독하는 봉강문에도 기쁨을 표현하는 노랫가락처럼 들어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을이 주로 새의 의미로 읽혀졌다. 새 을로 읽고 외우는 것이다. 아마도 제비의 의미와 더불어 사람의 목이 지닌 형상인 을(乙)과 유사한 새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새 을이 곧 조을(鳥乙)이니 을(乙)이 그 자체로 조을(鳥乙)임을 알려주기 위한 고인들의 지혜가 을을 ‘새 을’로 외우게 된 것에 깃들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을(乙)이 새라는 것에는 또 어떤 의미가 들어있을까? 새가 가지는 상징성은, 인간이 오직 한 공간인 땅에서만 살 수 있지만 새는 땅 위의 하늘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는 것에서 출발한다.07 그러므로 새는 하늘을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이라는 것, 동시에 공간을 넘나드는 그 능력을 지녔기에 인간이 가진 간절한 염원을 하늘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새가 가진 비행 능력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08 우리는 그것을 신선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신선은 도술에 능통하며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불로불사의 초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신선(神仙)의 선(仙)이 선(僊)과 동일한 글자로서 ‘가벼이 일어나 높이 오르면서 봉래산 위를 떠다니고 곤륜산 위에서 세상을 아래로 관람하는’ 사람을 뜻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신선의 원래 의미는 새처럼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09
우리 민족의 경우에 고구려의 상징이 삼족오(三足烏)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의 요하문명 발굴 결과, 삼족오와 같은 조류 숭배문화가 고구려 이전인 단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밝혀져 그 유래가 매우 오래되었음이 증명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전해지는 솟대, 그리고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 등은 그 옛날 새를 숭배했던 문화의 한 흔적이다. 새를 동경하는 습속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이었다. 서양에서도 새는 신이나 정령의 출현을 알리는 매개자이자 신의 사자(使者)로 숭배되었다. 또 인간에게 새로운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안내자이면서 임종할 때나 무아의 경지에 오른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기도 했다. 새는 완전한 자유의 표상이면서 동시에 몸 안에 박제되지 않은 초월적인 영혼을 보여준다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유럽을 비롯하여 중동, 근동, 미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의 신화와 전설에서 새는 신성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가을(歌乙)
도전님께서는 ‘가을이라는 말에, 을(乙)을 노래한다는[歌: 노래㉮] 뜻이 숨겨져 있음’을 밝혀주시고(1984년 음력11.5), 우주의 가을인 후천의 진법을 짜는 진주(眞主)가 을미생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이치는 가을이라는 말에도 들어있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상제님께서 오는 잠 적게 자고 태을주(太乙呪)를 많이 읽으라 하시며 후천 오만년 동안 동리 동리 각 학교마다 태을주를 외우게 되리라(교운 1장 60절) 하신 것도 가을(歌乙), 즉 ‘을을 노래함’과 관련시켜 보면 더욱 의미가 깊다. 태을(太乙)은 큰 을이니 태을주를 외우는 것은 결국 을(乙)을 노래하는 것으로 가을(歌乙)이 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가을에 외워지는 큰 을의 주문인 태을주는 23자이다. 즉 ‘을(乙)’은 23이라는 수리로 나타난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8도였던 조선의 행정구역이 을미(1895)년에 갑자기 23부10로 재편성되었던 것이다. 그 체제는 을미(1895)년 1년 동안만 유지되다가 이듬해인 1896년에 다시 8도로 환원되는데, 이것은 1895년 을미년에 도주님께서 을(乙: 23)을 노래하는 가을의 이치로 탄강하시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을(乙: 23)의 이치로 탄강하신 도주님께서는 23세 시에 감오득도를 하시어 23자의 태을주와 본령합리를 이루시게 된다(『대순지침』, 13쪽). 본령합리(本領合理)란 본령(本領: 본래의 특성)이 진리에 부합된다는 말로서, 천부의 종통 계승을 하실 도주님께서 득도하신 1917년 2월 10일은 도주님의 연세가 23세 되시는 해로, 23은 태을주 글자 수 23과 서로 상응이 되기 때문에 진리와 조금도 틀림없이 꼭 들어맞는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을미(1895)년에 일어났던 몇몇 역사적 사건들 역시 도주님의 탄강과 무관하지 않다. 그 중 중요한 것은 조선이 5백 년 만에 중국(청)의 속국으로부터 벗어난 역사적인 해가 을미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1894년 시작된 청과 일본 간의 전쟁에서 청이 패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청은 조선이 완전한 독립국임을 대외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간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종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일은 비록 약소국 조선이 스스로 이루어낸 일은 아니었지만, 상제님께서 “너희 동방에 순회하던 중 이 땅에 머문 것은 곧 참화 중에 묻힌 무명의 약소민족을 먼저 도와서 만고에 쌓인 원을 풀어주려 함이노라”(권지 1장 11절)고 하신 말씀과 궤를 같이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고, 그러한 상제님의 의지를 계승해 나가실 도주님의 탄강 연도에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또 을미(1895)년에는 역법(曆法)이 개정되어 태양력이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양복의 착용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이것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자 은둔의 군자국이었던 한국이 근대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지만, 쇄국을 통해 서양의 문물을 막아오던 마지막 남은 극동(極東)의 은둔 약소국에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융합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을미년에 시작된 국제적 역학관계를 비롯한 일련의 변화는 음양합덕, 신인조화, 해원상생, 도통진경의 대순진리로 창도를 이루시는 도주님의 탄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었다.
01 乙(을)은 또한 ()(제비 을)이라는 글자와도 통용된다.
02 천간의 열 글자는 오방(五方: 동·서·남·북·중앙], 사계(四季: 춘하추동)의 변화에 따른 만물 형상과 두(頭: 머리), 경(頸: 목), 견(肩: 어깨), 심(心: 심장), 협(脅: 갈비), 복(腹: 배), 제(䐡: 배꼽), 고(股: 넓적다리), 경(脛: 정강이), 족(足: 발) 등의 신체 상형으로 설명되고 있다.
03 중국 발음으로 yī(一)와 yǐ(乙)는 성조의 차이만 있다.
04 박씨 시조는 박혁거세(朴赫居世)인데 『삼국유사』는 그가 큰 알에서 태어났고 그 알이 박(=瓠)의 모양과 비슷해서 그의 성을 ‘박(朴)’이라고 했다고 전하고 있다.
05 황하(黃河)가 급류로 흐르는 곳인 맹진(孟津)의 강 복판에 우뚝 서 있는 돌기둥. 격류 속에 서 있으면서도 우뚝 버티고 있다고 한다. <수경(水經)> 저주(底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