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처음의 각오와 신념을 가지고 무소의 뿔처럼 기운찬 걸음으로 나아가고 싶었는데 흔들린다
내 육신이 갈대처럼 가늘어도 천년의 고목처럼 튼튼하게 뿌리내린 거목이고 싶은데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볼품없는 약한 갈대가 되었다 바람에 꺾일 것 같다 천년을 살아 아름드리 그늘로 먼 길 걸은 나그네의 땀을 식혀주고 싶었는데 의지가 꺾일 것 같다
천년을 살고 일생을 다하여 어느 기품 있는 선비네 집 기둥이 되어 다시 천년을 살고 싶은데 불쏘시개도 되지 못할 힘없는 갈대로만 남을 것 같다 의욕을 잃었다 천년의 거목은 욕심이라 하여도 한 팔 안음의 곧은 나무가 되어 누구네 집 대문에 붙은 이름을 알려주는 문패가 되어 그 집을 수호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