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심(尋)이라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심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성품이 착하여 효심이 지극했습니다. 효성스러운 심은 홀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매일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해오고, 물을 길어 정성스레 밥을 지으며 매일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어드렸습니다. 해가 뜨면 전 재산과 다름이 없는 누런 소 한 마리와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서산에 땅거미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몸을 뉘였습니다. 매일 소와 함께 일하고 걸으며 부지런히 생활했던 심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몸은 고될지언정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식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 홀어머니를 보필하며 하루를 보내던 심에게도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자식된 도리를 넘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참된 도리는 무엇이며, 이 땅에 태어나 어떠한 뜻을 찾아 살아야 하는 걸까? 이는 심이가 고된 일과 중에 땀을 식히기 위해 하늘을 볼 때면 어김없이 하늘을 향해 입버릇처럼 되내이던 습관과도 같은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이고 골똘히 생각해도 이에 대한 해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마을에서도 심이의 물음에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매일 밤늦은 시간까지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더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그 이치와 뜻을 깨우칠 것이라고 다짐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홀어머니가 방으로 그를 불렀습니다. “심아.” “네. 부르셨습니까? 어머니.” “네 방의 불이 일찍 꺼지지 않을 만큼 매일 밤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고뇌하고 있다는 것을 내 일찍이 알고 있었다. 이제는 나에 대한 염려는 접어두고 네가 알고자 하는 큰 뜻을 찾아 떠나거라.” “하지만 어머니. 제가 어찌 어머니를 홀로 남겨둔 채 떠나겠습니까?” “심아 괘념치 말아라. 그동안 너는 자식 된 도리를 다하였다. 자식이 큰 뜻을 찾아 떠나는 길에 보태어 줄 것은 없으나 외양간에 소 한 마리가 있으니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소와 함께 떠날 채비를 하거라.”
다음 날 아침 해가 밝아왔습니다. 심은 어머니께 큰절을 올리고 고삐에 매인 누런 소와 함께 동쪽으로 떠났습니다. 큰 고개를 넘고 넘어 해와 달이 몇 번이고 번갈아 뜨기를 반복했을 즈음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바위산에 다다랐습니다. 그가 바위산 중턱에 다다랐을 즈음 심이의 귓전에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젊은이 어디를 가는 것인가. 무엇을 찾아 이 깊은 산중까지 왔는가?”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사람으로 태어나 어떠한 뜻을 찾아 살아야 할지 그 답을 얻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심이 대답을 하자, 커다란 바위 위에 도포 입은 노인이 말하기를, “도통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도통의 삶은 무엇이며 그 삶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입니까?” “이제부터 자네가 직접 닦으면서 조금씩 깨닫게 될 터이니 조급히 생각 마시게. 가는 길이 급하지 않다면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볼 터이니 맞추어 볼 텐가?” 노인의 말에 심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세상은 모두 이것과 또 다른 이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네. 청천(晴天)이 있고 우천(雨天)이 있듯 낮에는 해가 밤에는 달이 뜨고, 하늘과 땅, 사람으로 치면 남자와 여자로 말일세. 이것은 따로 나누어 진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이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써 상생을 이루는 것이지. 작게는 자네의 손에도 이 두 가지가 있으며 그것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양과 음. 음양의 조화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세상 만물은 음과 양으로 나누어져 있되 서로의 어질고 너그러운 성질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음을 깨달아야 하네. 이것이 음양합덕이라네.”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심이 노인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고개를 드니 바위 위에 있던 도포 입은 노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에 심은 그 노인이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하늘에서 보낸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바위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바위산을 내려와 나무와 수풀이 무성히 우거진 곳을 지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잘 따라오던 소의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지친 소의 모습을 바라보니 이제껏 자신이 소를 잘 돌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어 소가 더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그동안 온갖 농사일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주었던 식구이자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봐준 벗이었는데 내가 미처 너를 신경 쓰지 못해 미안하구나.” 소는 괜찮다는 듯 머리를 그의 팔에 부볐습니다. 심은 소를 쓰다듬으며 고향을 떠올렸고 그러자 이내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큰 뜻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언제까지나 그러한 고민만 할 수만은 없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고된 몸을 이끌고 주변에서 풀을 한가득 베어 소에게 배불리 먹이고 남은 풀은 잠자리로 깔아주었습니다. 그제야 자신도 지친 몸을 나무에 기대었고 피곤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단꿈에 빠져 들었습니다. 꿈속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고 높은 산이 보였고, 그곳에는 맑은 시냇물과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방은 형형색색 향기로운 꽃이 흐드러지게 물들어 있고 스치는 바람결에는 꽃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산에는 하늘과 맞닿은 신비한 구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저 산에 올라가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심은 무작정 앞에 보이는 경이롭고 신비한 산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구름에 휘감겨 높고 경이로운 자태를 뽐내는 산을 오르고 올라 심은 어느 덧 구름 속까지 올라왔습니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높은 누각이 자리 잡고 있었고, 누각 안에는 백발에 수염과 눈썹까지 새하얀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참으로 특별해 심은 이 세상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심의 생각처럼 그는 신선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심은 바닥에 꿇어 앉아 엎드렸습니다.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허락도 없이 저도 모르게 이 누각까지 왔습니다. 저는 저 낮은 땅에서부터 이 높은 곳까지 깨달음을 얻고자 왔습니다. 이곳은 신(神)의 세계가 아닌지요. 저는 미천한 땅에서 와 이 천계(天界)의 뜻을 알지 못하니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심의 말에 신선은 부드럽고 하얀 수염을 만지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허허. 괜찮으니 고개를 들어 어려워 말고 나를 보거라.” 심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신선을 쳐다보았습니다. “신의 세계는 음이고 인간의 세계는 양이라 일컫거늘, 곧 신과 인간도 서로 합하여 조화를 이뤄야 하느니라. 즉 신인조화의 이치를 깨달아야 하느니라. 앞으로 후천은 신과 인간이 합하여 함께 지상천국과 지상신선을 실현하는 세계가 될 것이고 그때는 천지만물이 만사형통하는 때이니라.” 신선은 계속 말을 잇기를 “원래의 곳으로 돌아가거든 동쪽 깊은 계곡에 위치한 신비한 샘물을 찾아 나서거라. 그 샘물은 영험한 물이니 그 물이 필요한 곳에서 또 다른 깨달음이 있을 것이니라.” 그 말을 듣자마자 번쩍하고 잠에서 깬 심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자신이 잠이 들었던 곳은 나무 아래였고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습니다. 꿈이 어찌나 생생하였던지 심은 신선의 말대로 동쪽의 깊은 계곡으로 샘물을 찾아 곧 길을 나섰습니다. 샘물을 찾아 나서는 길은 너무나 험난했습니다.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수풀이 우거져 어디가 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별안간 날씨도 점점 흐려지더니 비바람이 몰아 쳤습니다. 그러던 중에 갈림길을 만났습니다. 심은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고삐에 묶인 누런 소가 더 험해 보이는 길로 그를 끌어당겼습니다. “너를 믿고 이 길로 가보겠다.”
소를 따라 길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차게 몰아치던 비바람이 그치고 날씨도 화창해졌습니다. 계곡의 우거진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빛줄기 끝에서 반짝이는 작은 샘물을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신선이 알려준 신비한 샘물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심은 두 손을 모아 샘물을 담았습니다. 손안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니 그 맛이 아주 달고 시원했습니다. 심은 다시 손을 모아 샘물을 담고 이번에는 누런 소에게 물을 주었습니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고맙다.”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갑자기 소의 입에서 사람 말이 나오자 심은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 소가 말을 하는 것이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주인님. 놀라지 마세요. 신비한 샘물을 먹고 저의 생각이 주인님에게 들리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풀고자하는 원(冤)이 있으니 주인님께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원이라니? 한 낱 짐승에게도 원통할 일이 있다는 말이냐? 나에게 그 원이 무엇인지 말해다오. 내가 너의 원을 풀어주겠다.” 소가 그 말을 듣고 슬픈 표정으로 답하기를 “그렇다면 말씀드리지요. 주인님. 저는 어미의 젖을 뗄 무렵 코를 뚫리고 코뚜레에 묶였습니다. 코청이 나무송곳으로 뚫릴 때 저는 무척 무서웠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팠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죄도 없이 코뚜레를 하고 어미와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장터에서 주인님께 팔려오게 되면서 영영 어미를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원은 이 코뚜레를 풀어 버리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주인님!” 심은 그 말을 듣고 소가 아프지 않게 고삐와 코뚜레를 모두 풀어줬습니다. “그랬었구나. 나도 고향에 어머님을 홀로 두고 있는 처지에 너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바 이제라도 너를 자유롭게 풀어 줄 테니 이제 너는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도록 해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는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원이 없습니다. 주인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는 제가 훗날 꼭 보답하겠습니다.” 그렇게 소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혼자 길을 나선 심은 어느 삭정이가 많은 소나무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소나무 밑을 지나치는데 소나무 가지가 흔들리면서 잎이 마구 떨어졌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심이 나무를 다시 살펴보니 나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고 나뭇가지에 잎은 시들시들 말라있었습니다. 심은 나무의 사연이 궁금하여 호리병에 담아둔 신비의 샘물을 나무뿌리에 조금 부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소나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아… 너무 아픕니다. 벌레들이 제 몸속을 파고들어와 수액을 빨아먹고 있습니다. 나그네님 저를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도와주십시오.” 나무를 불쌍하게 생각한 심은 나무 구멍 속에 있는 해충들을 모두 잡았습니다. “이제 다 되었으니 그럼 이만 나는 가던 길을 가겠다.” “나그네님! 잠시만요. 제가 작은 보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깊은 수풀 아래 저의 뿌리 끝에 수십년 묶은 약초가 하나 있습니다. 연한 녹색 잎에 잎 뒷면은 흰털이 나있고 열매는 빨간 색인데 땅을 파서 그 뿌리를 캐십시오. 필히 훗날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소나무 뿌리 끝으로 가보니 낙엽이 쌓이고 수풀이 우거진 곳에 정말 붉은 열매가 달린 약초가 있었습니다. 심은 조심스럽게 땅을 파 약초를 캤습니다. 사람모양을 한 약초였습니다. 심은 약초를 천 조각으로 정성스럽게 감싸 봇짐 안에 넣었습니다. “고맙구나. 나중에 요긴하게 잘 쓰도록 하겠다.” 심은 몇 날 며칠을 걸어서 이름 모를 곳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 첩첩산중에서 작은 초가집을 발견했습니다. 심은 기척을 하며 말했습니다. “여기 아무도 안계십니까?” 그러자 부엌문을 열고 한 여인이 나왔습니다. 여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심을 쳐다보았습니다. “여기에 사시는 주인 되십니까?” “…” 심의 물음에 여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여보시게! 그 아이는 말을 못한다오.” 작은 방문이 열리면서 얼굴에 고름이 가득한 늙은 노인이 말하기를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그 후로는 말을 못하게 되었지. 말을 못하니 혼사 길도 막히고 시집 갈 나이가 벌써 지났는데도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늙은 할애비와 살고 있는 것일세. 보다시피 나도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얼굴이 흉하다네.” 노인은 손녀에서 멀리서 온 낯선 손님을 위해 밥상을 차려오도록 했습니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았으나 꿀맛 같은 식사를 마친 심은 노인과 여인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심은 신비의 샘물을 떠올렸습니다. 호리병에 담긴 샘물은 그동안 오는 길에 마시고 나무에 물을 준 뒤라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호리병에 있는 물을 모두 부어 그릇에 담고 두 사람에게 마시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노인의 얼굴에 가득한 고름과 종기들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노인은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기뻐했습니다. “할아버지! 얼굴에 난 고름이 다 없어졌습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방금 말을 했던 여인도 노인도 깜짝 놀랐습니다. “드디어 네가 말을 하는구나!” “할아버지!” 둘은 서로 얼싸 앉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마다의 원이 풀리니 내 마음도 한 없이 기쁘구나.’
심은 조용히 그 모습을 보며 방을 나와 다시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방에서 여인이 뛰어나와 말하길, “정말 감사합니다. 소저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할지….” “아닙니다. 저는 꿈에서 일러준 대로 신비의 샘물을 찾아 그저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했을 뿐입니다.” “부디 떠나지 마시고 저를 부인으로 삼아주십시오. 죽을 때까지 지아비로 섬기겠나이다.” 동쪽하늘에 날이 밝아 오자 그 둘은 비록 가진 것은 많이 없었지만 정성스레 물 한 그릇을 떠 놓고 천지신명 앞에서 혼례를 올렸습니다. 심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소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등에 사람을 태운 하얀 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서방님! 웬 소가 사람을 태운채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 말처럼 기력이 아주 쇠약해 보이는 노인이 소 등에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어머니!” 심은 소 등에 탄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님을 알아차리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동안 늙어 기력이 많이 쇠했습니다. 가쁜 숨을 뱉으며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네가 떠난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고 이제 다리로 걸을 기력이 없어졌을 때 너와 떠난 저 소가 나타났단다. 마치 나를 데리러 온 듯이 무릎을 꿇고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냐. 혹시 하는 마음에 죽더라도 네 얼굴은 한 번 보고 죽자는 생각으로 소 등에 올라탔는데 이렇게 네가 있는 곳까지 나를 데리고 올 줄이야. 이렇게 죽기 전에 너를 보게 되다니 나는 더 원이 없구나. 심아.” 어머니의 건강이 위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심은 소나무가 알려 준 약초를 떠올렸습니다. 봇짐에서 약초를 꺼내 정성스럽게 달여 어머니께 드렸더니 어머니는 금세 기운을 차렸습니다. 심은 이 일로써 자신이 풀어준 원들이 다시 그를 도와 서로가 잘 되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해원상생의 이치로구나.’ 드디어 심은 뜻을 찾기 위해 나선 기나긴 여정에서 음양합덕, 신인조화, 해원상생의 이치를 깨닫고 도통하기 위해 무던히 몸과 마음을 수도(修道)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지만 정말로 심이 도통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훗날 다른 사람들 입에서 심의 마지막 모습은 새하얀 머리카락에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머금은 채 고향에서 데리고 온 소와 함께였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누런 소였으나 눈처럼 하얀 소가 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