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 (교법 2장 56절)
천존시대(天尊時代)에는 신명이 하늘에 봉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길성(吉星)을 찾아다녔고, 지존시대(地尊時代)에는 신명이 땅에 봉해졌기 때문에 명산과 명당을 찾아다녔다. 인존시대(人尊時代)에는 신명이 사람에게 봉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신명이 명당인 사람을 찾는다. 그래서 사람은 마음을 부지런히 하여 덕을 함양하고 인격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사람이 명당이라는 말은 『전경』의 상제님 말씀에서 알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금산사 청련암(靑蓮庵)의 중 김 현찬(金玄贊)과 종도 김병욱이 명당을 바라자 아들을 얻었으므로 명당이 이미 발음되었다고 하셨다.01 또 김형렬은 증조부가 정집전이라는 이인(異人)을 집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였는데 그의 지식을 빌어 명당 하나라도 얻지 못한 것을 한하였다. 그러자 상제님께서는 “그런 훌륭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 어찌 남인 너의 집의 밥을 헛되게 먹으리오. 천리의 극진함이 털끝만 한 인욕의 사가 없나니라”(행록2장 17절)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지성으로 상제님을 모시고 있는 김형렬이 그 집안의 명당으로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화장 문화는 땅이 명당인 지존시대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이 새로운 장례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화장 통계에 따르면 화장률은 76.9%로 집계되었다. 앞으로는 80%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존시대에는 조상의 유골을 명당(明堂)에 묻으면 후손들이 복을 받는다고 여겼다. 그것은 사람의 죽음을 혼(魂)과 백(魄)의 해체로 보았기 때문이다.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땅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백이다. 땅으로 내려간 백은 망자(亡者)의 뼈에 붙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유골을 소중히 다뤘고, 이 유골을 명당(明堂)에다가 묻으면 후손들이 복을 받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현재는 사람이 거주할 땅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토가 난개발되어서 명당을 찾기도 어렵지만 관리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장보다도 화장이 더 안전하고 편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환경과 사람의 인식이 변화된다는 것은 인류가 다른 원리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천은 명당에 조상의 유골을 모심으로 후손이 복을 받았다. 그러나 후천은 상제님께서 사람이 명당이라 하셨듯이 명당인 사람을 잘 대접하고 귀하게 여길 때 자신과 조상이 복을 받을 수 있는 시대로 바뀌는 것이다. 이제는 명당이 땅이 아니고 사람이 명당인 인존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상제님께서 밝히신 후천세계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을 드러내는 인존시대를 의미한다.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하셨듯이 상제님께서는 인간을 하늘이나 땅보다 더 높이는 공사를 보셨다. 이를 인존공사라 하는데, 지난날에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성사(成事)를 하늘 신명에게 호소하여 맡겼으나 이제는 하늘 신명들이 일을 계획하고 성사는 인간이 이룩하게 하는 공사이다.02 상제님의 인존공사로써 인간은 타인(他人)을 신(神)과 같이 귀하고 존엄한 존재로 평가하게 된다. 그러한 평가에 의해서 타인의 인격(人格), 가치(價値), 자율(自律) 등을 자각하게 되어 타인을 존중하는 상생의 도리로서 균등한 사회의 건설이 가능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경위가 올바르다면 모든 것에 대해서 이치가 합당하기 때문에 인간 사이의 억울한 원(冤)이 쌓이질 않는다. 따라서 상제님의 인존공사를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사회 즉 인류가 무편무사(無偏無私)하고 정직과 진실로써 상호 이해하고 사랑하며 상부상조의 도덕심이 발현되는 사회로 이끄는 기반으로 본다. 대순사상적 관점에서는 상제님께서 강세하신 시기를 기점으로 선천시대와 후천시대로 구분하기도 하며 지금은 그 과도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있다. 후천 시대는 선천 시대와는 다른 원리에 따라 인류가 살아가는 시대이다. 지금은 새 시대인 ‘인존시대’이다. 왜냐하면 상제님께서 인세에 강세하셔서 천지공사를 통하여 인존시대에 부합된 진리를 선포하셨으며, 도주님께서는 상제님의 대순하신 진리를 감오득도하시고 그 진리에 맞는 도의 법을 정하셨고, 마지막으로 도전님께서는 그 법을 모든 인류가 실천할 수 있도록 펼쳐 보이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인존의 법칙에 의해 다스려지는 인존시대라 할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지금은 옛날보다 인존시대가 많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현재가 지존시대에서 인존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존(人尊)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가장 귀한 것은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니며 인간이라는 말씀이다. 이러한 가장 존귀(尊貴)한 인간이 선천에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아왔으며 현대사회에서도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차별로 인하여 약자의 인권은 쉽게 유린당하고 있다. 강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약자는 복종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도전님께서도 지금 세상에서 평화, 인권을 주장하나 우리 진리가 아니고서 평화, 인권이란 있을 수 없고 진정한 인권과 인간존중은 대순진리로만 실현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도전님께서는 “우리 대순진리의 인존사상이 바로 평화사상이다”라고 하신 것이다.03 상제님께서도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빨리 풀려 좋은 시대가 오리라.” (교법 1장 9절)라고 말씀하셨다. 이 구절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존경하지 않고 인습이나 폐습을 따져 상대를 천대한다면 거기서 척이 계속 쌓여 결국 인존시대는 요원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러므로 ‘인존’을 위해서는 인간이 인간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세계 인류를 광구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그리고 우리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인존시대를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도전님께서는 이러한 인존시대을 이루기 위해서 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씀하셨다.
첫째, 우리는 상제님의 가르침대로 척을 짓지 말고 지은보은(知恩報恩)의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 종단의 특징은 실천도덕에 있다. 우리는 서로 사람을 높여주고 상극하지 않으며 서로 상생하며 협동하고 품었던 원을 풀게 하여 은혜를 입었으면 보은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언행을 잘 가져야 할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언덕을 잘 가지기를 당부하셨다. 남을 비방하거나 시비를 말함이 곧 척을 짓는 원인이 된다고 하셨다. 화와 복은 언제나 내 자신의 언행에 의해 일어난다는 원칙을 우리는 옳게 깨우쳐 실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마음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사심에 빠질 위험이 있다. 모든 악의 근원이 내 마음을 속이는 데서 비롯되므로 사욕을 누르고 공명지대한 도심을 드러내도록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수도에 전력하여야 한다. 수도는 상제님의 말씀에 따라 나의 심신을 적중(的中)토록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새로운 도덕과 윤리를 세우는 역사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수도는 바로 이와 같은 사명의 본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성(誠)·경(敬)·신(信)을 수도의 요체로 삼고 무자기를 근본으로 하여 항상 자신을 반성하면서 깨달아 나가야 한다.04
이와 같이 인존시대는 땅이 아닌 사람이 명당인 시대이다. 인존은 단순한 인권이나 인간존중을 넘어 천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귀한 개념이다. 그러므로 인존은 대순진리로만 실현될 수 있다. 인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우대하여 척을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고 하대하며 상대방을 함부로 대해서는 인존을 이룰 수가 없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는 항상 누구를 대하든지 존대하라고 하신 것이다.
01 행록 1장 37절 참조. 02 교법 3장 35절 참조. 03 『대순지침』, p.20. 04 《대순회보》 136호, 「도전님 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