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 세상에 태어나 저로서는 서른아홉 번째 새해가 밝았습니다. 스물한 살, 세상 물정 모르고 그저 어설프기만 했던 풋내나는 나이에 입도하여 어느덧 올해로 수도한 지 18년째 접어드는 이렇게 연도 수를 밝히는 것조차 못내 부끄러운 저는 항상 죄송스러운 오래된 중체 임원입니다. 나름 공부에 욕심이 많았던 학창시절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도 싶었고, 내면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작업들을 하며 살고 싶다는 꿈도 꾸었지요. 생각과는 달리, 초년에 학운(學運)이 따라주지 않아 적성과도 맞지 않는 전공의 전문대를 풀이 죽어 마지못해 다니던 그 시절, 저의 선각인 이모를 통해 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4년제 대학이라도 졸업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된 그저 그런 뻔한 삶을 산다는 사회 인식과 주변의 통념들이 일반적이었지요. 비교적 부모님께 순응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갓 스물을 넘긴 저는 점점 현실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패배감과 사회적 모순에 대한 반감으로 우울과 무기력이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던 때라, 도(道)는 글자 그대로 저에게 ‘길’이었지요. 수도가 쉬웠다는 도인이 있을까마는 저 역시도 17년간의 수도 생활이란 좌충우돌과 어리석음의 답습, 그야말로 우매함의 극치였습니다. 너무나 도를 몰랐고 대순진리로써 수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여 아마 지지리도 고생한 것 같습니다. 먼 길로 돌고 돌아 헤매기만 하던 제가 언젠가부터 상제님을 실제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자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왔습니다. 17년간의 저의 믿음이란 한낱 모래성 같은 날림공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실로 절박한 심정으로 대순진리 교리에 대해 독학하기 시작했고 진지하게 몰입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또박또박 다시 공부했지요. 참으로 인간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상제님의 대순하신 진리를 부족한 제가 감히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대순사상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봄, 회보를 통해 햇무리 가득한 대순종학관 신축공사 상량식 사진과 새롭게 들어설 건물 조감도 표지를 보면서도 저곳에서 상제님의 사상을 공부하게 될 어린 학생들이 그저 마냥 부럽기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던 8월 즈음 회보의 책장을 무심히 넘기던 중 2011학년도 대순종학과 신입생 수시 모집 공고가 눈에 들어왔고, 순간 왜 그리도 심장이 뛰던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알 수 없는 간절함과 강렬한 집중으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러내림에 스스로 당혹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내가 저기 꼭 가야 한다!’라는 굳은 결심이 바로 섰고, 다음날로 대진대학교 대순종학과 사무실로 바로 문의를 하고, 곧바로 수시 면접과 수능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그 사이 열린 10월 대순문예 공모전에서의 입상은 저에게 큰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비록 본상은 아니지만, 작년에 이은 두 번째 가작 입상으로 아직은 한참이나 부족한 저를 방면 선감께서 인정해 주시는 계기가 되었고, 저의 선각들께서도 그러한 뜻을 이해하시고 더 큰 차원의 도약을 위한 수도의 연장으로써 흔쾌히 입학을 독려해 주셨습니다. 마치 수순을 밟듯 그렇게 마지막 수능 관문까지 통과하여 드디어 12월 10일 가슴 졸이던 합격자 발표가 났고, 홈페이지 합격자란에 두 번째로 떠있는 제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상제님께서, 도전님께서 허락해 주신 입학이기에 그저 감읍하고 또 감읍할 따름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해서 혼자 웃다가 울다가…, 그날 그렇게 상제님께서 베풀어 주신 덕화의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때로는 매섭고 때로는 쓰디쓴 혼란의 연속이었던 수도생활을 감당하기에는 여리기만 했던 어린 시절, 수도하여 도통으로써 성공하면 현실에서 느꼈었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이고 모든 해원이 이루어지리라 위안하며 스스로 다독여 왔지만, 아쉬움이 많았던 학업에 대한 미련, 학벌에 대한 자격지심이 내면 깊이 상처로 남아 있었던 못난 저를 대대세세 살피시는 상제님께서 아셨는가 봅니다. 이제 상제님께서 주신 학벌을 입고 대순진리로써 포덕하고 교화하여 ‘포덕천하(布德天下)’ 하려 합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만학이 너무 늦지 않느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다소 늦은 감이 있는, 하지만 서른아홉에 시작할 수 있는 그 용기만큼은 열혈 백배인, “저는 대순종학과 11학번 새내기입니다!” ‘11’이라는 숫자는 ‘10 +1’ 수리 역학상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지요. 묵은 기운 모두 비워 새로운 기운, 오직 상제님의 대순진리만으로 가득 채우렵니다. 저에게 새로운 기틀을 열어주신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의 덕화에 보은하기 위해 수도의 정신으로 4년간 성경신을 다해 학업에 전념하며, 도인으로서의 자질을 연마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준비하여, 종단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실력(實力) 있는 수도인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그런 저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겠습니까? 여러분!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