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요람』의 교리개요(敎理槪要)에는 대순사상이 지향하는 종지(宗旨)와 신조(信條), 목적(目的)이 잘 드러나 있다. 그중에서 신조는 대순진리를 신앙하고 실천하기 위한 조목이며, 여기에는 사강령(四綱領)과 삼요체(三要諦)가 있다. 사강령에 속하는 “안심과 안신”은 특히 수행의 훈전(訓典: 교훈이 되는 법)으로서 이율령(二律令: 두 가지의 법률과 법령)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대순진리를 신봉하는 도인들이 구천상제님께서 이 땅에 강세하셔서 광구천하(匡救天下)와 광제창생(廣濟蒼生)하기 위해 펴놓으신 상생(相生)의 법리를 구현코자 한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이 바로 안심·안신이다.
안심(安心)·안신(安身)의 사전적인 의미는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말인 듯하지만 여기에 담긴 뜻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대순진리회요람』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데, 먼저 안심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겠다.
사람의 행동(行動) 기능(機能)을 주관(主管)함은 마음이니 편벽(偏辟)됨이 없고 사사(私邪)됨이 없이 진실(眞實)하고 순결(純潔)한 본연(本然)의 양심(良心)으로 돌아가서 허무(虛無)한 남의 꾀임에 움직이지 말고 당치 않는 허욕(虛慾)에 정신(精神)과 마음을 팔리지 말고 기대(企待)하는 바의 목적(目的)을 달성(達成)하도록 항상(恒常) 마음을 안정(安定)케 한다.
안심은 사람의 행동과 기능을 주관하는 마음을 안정(安定)케 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양심(良心)과 사심(私心)이 있는데, 양심은 천성(天性) 그대로의 본심(本心)이고 사심은 물욕(物慾)에 의하여 발동하는 욕심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정케 하여 기대한 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벽되고 사사로운 마음이나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 인성의 본질인 정직과 진실로써 양심을 회복해 나갈 것이 요구된다. 도인들의 생활윤리인 훈회(訓誨) 중 ‘마음을 속이지 말라.’를 첫 번째 항목으로 두고, 수칙(守則)에서 ‘무자기(無自欺)’를 도인의 옥조(玉條)로 삼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안신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마음의 현상(現象)을 나타내는 것은 몸이니 모든 행동(行動)을 법례(法禮)에 합당케 하며 도리(道理)에 알맞게 하고 의리(義理)와 예법(禮法)에 맞지 않는 허영(虛榮)에 함부로 행동(行動)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안신은 마음의 작용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인 모든 행동을 법례와 도리에 알맞게 하는 것이다. 마음은 일신(一身)을 주관하며 만기(萬機)를 통솔 이용하는 것이므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심(邪心)을 버리고 예법에 합당케 처신 처세하는 것이 곧 안신이다. 이처럼 안신은 안심을 전제로 일거일동(一擧一動)을 도리에 알맞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몸의 안정된 상태를 말한다. 도전님께서 심안신태(心安身泰: 마음이 안정되어야 몸이 태평하다)라 하시며 “죄는 마음이 짓고 벌은 몸이 받는 것을 생각하여 자기가 자기를 욕되게 하지 않아야 한다.”01라고 하셨다. 이러한 말씀은 안신을 위해서도 마음의 안정이 보다 중요함을 일깨워주신 것이다.
이처럼 안심·안신 이율령은 도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지만 이는 수도생활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이것은 상제님께서 남기신 병세문(病勢文)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 병에는 큰 형세가 있고 작은 형세가 있다.(病有大勢 病有小勢 )
큰 병에는 약이 없고 작은 병에는 혹 약이 있다.(大病無藥 小病或有藥)
그러나 큰 병의 약은 안심ㆍ안신이고,(然而大病之藥 安心安身)
작은 병의 약은 사물탕 팔십첩이다.…(小病之藥 四物湯八十貼)(행록 5장 38절)
상제님께서는 인간의 질병에 사물탕 80첩과 같은 물질적인 약으로 치유가 가능한 소병(小病)과 그러한 약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한 대병(大病)이 있다고 진단하셨다. 이러한 질병들은 모두 무도(無道)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 도(道)를 얻으면 대병과 소병이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치유된다고 하셨다. 여기서 대병은 충·효·열과 같은 인륜도덕의 근원인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저버린 경우에 발생한 병이고, 소병은 그보다 약한 윤리나 자연의 순리를 저버린 경우에 발생한 병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상제님께서 대병의 약으로 제시하신 ‘안심·안신’은 인류가 강륜을 상실함으로써 발생한 크고 작은 질병들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妙藥)이라 하겠다.
한편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몸과 마음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병이 마음에 따라 생긴다(諸病 從心起)”02는 말처럼 안심·안신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보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마음이다. 상제님께서는 이 마음이 천지의 중심이고 동서남북의 사방과 몸이 마음에 의지한다고 하셨다.03 또한 하늘과 땅과 사람의 작용이 모두 마음에 달려 있으며, 신의 중요한 용사기관이고 출입하는 문이며 왕래하는 길인데 내 마음의 추기와 문호와 도로는 천지보다 크다고도 하셨다.04 이처럼 신령스럽고 신명이 머무는 장소인 마음은 비단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천지가 의지하고 용사하는 주된 기관이기 때문에 그것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도주님께서는 포유문(布喩文)에서 도인들이 성공하기 위한 첩경(捷徑: 지름길)을 밝히셨는데, 그것은 바로 ‘한량없이 지극한 보배[無量至寶]’인 나의 심령(心靈)을 구하는 일이다. 여기서 ‘심령을 구하는 일’이란 바르게 수도하여 나의 정신을 통일함으로써 심(心)과 영(靈)05을 통하게 하는 일이다.06 그러면 귀신과 수작할 수 있고 만물과도 질서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도전님께서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먹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데, 옳은 일도 마음에 두지 않으면 바로 행하지 못한다(有其心 則有之 無其心 則無之).”07고 하셨다. 그러므로 도인들은 먼저 나의 심기(心氣)를 바르게 함으로써 마음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의 유지(有志)·유법(遺法)과 유훈(遺訓)을 받들어 나가겠다는 대의(大義)를 세워 일체의 사사로운 것들을 물리쳐 나가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나의 지극한 보배인 심령을 구하여 영통(靈通)의 통일, 즉 도통(道通)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의 안정은 몸의 안정뿐만 아니라 수도의 목적인 도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안심·안신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신앙의 대상이신 구천상제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상제님께서 대순하신 진리에 부합하도록 나의 심신(心身)을 연마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제님에 대한 믿음이 근본이 되어야 정성과 공경이 나올 수 있으며 안심·안신하여 수도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제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친은(親恩)에 보답하는 심신일여(心身一如)의 수신이 되어야 한다. 즉, 상제님을 가까이 모시는 ‘기도(祈禱)’를 생활화하고, 『전경』의 말씀을 많이 읽어 상생(相生)의 법리(法理)인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진리가 마음에 배고 몸으로 행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마음’이 지닌 가치에 대한 자각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순사상에서 마음은 심령신대(心靈神臺)로서 천·지·인·신이 의지하고 용사하는 중추적인 기관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08고 하시며 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의 심(心)이 갖는 위상을 강조하셨다. 이 마음에 거짓과 사사로움이 없을 때 나의 심령이 온전하게 발휘되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도인들은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허욕이 발동하는 것을 반성하고 인성의 본질인 정직과 진실로써 일체의 사사로운 마음을 물리쳐 양심을 되찾기에 전념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한마음 한뜻으로 수도에 전념하여 기대한 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셋째, 도전님께서 3대 요강이라고 하신 언어, 행동, 처사를 바르게 하여 인품 수양에 힘써야 한다. 말은 마음의 외침이고 행실은 마음의 자취이므로09, 도인으로서 본분에 알맞은 참된 말과 참된 행위를 준행하여야 한다. 말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좋게 하여 남에게 덕(德)이 되도록 해야 한다. 행동은 신중을 기하되 공경심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여주는 인도(人道)를 갖추어 일거일동을 도리(道理)와 예법에 합당케 해야 한다. 처사는 상생대도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도인과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편벽되고 사사로움이 없이 매사를 경위에 맞게 처리해 나가야 한다.10
넷째, 일상 자신을 반성하여 과부족이 없는가를 살펴 고쳐 나가야 한다. 안심·안신은 천성(天性) 그대로의 본심인 양심을 회복하여 모든 행동을 도리와 예법에 합당케 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으로 닦고 몸으로 행하여 심신일치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도인들은 특히 언제 어디서나 신명의 수찰(垂察)이 있음을 명심하여 마음과 입과 뜻에서 비롯된 모든 죄를 조심하며 일상 자신을 반성해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들이 지속될 때 상제님께서 세무충·세무효·세무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신 천하의 대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진심견수 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11라고 하셨듯이, 진실된 마음을 간직하며 도리와 예법에 알맞은 처신으로 바르게 수행해야 상제님과 천지신명이 베푸시는 덕화에 힘입어 안심·안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도인들이 이를 토대로 경천·수도하여 상제님께서 이 땅에 오신 광구천하·광제창생의 대의를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의 목적인 지상신선실현과 후천선경건설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06 “도(道)가 곧 나요, 내가 곧 도(道)라는 경지(境地)에서 심령(心靈)을 통일(統一)하여 만화도제(萬化度濟)에 이바지할지니….”(『대순진리회요람』, p.16)/ “우리의 목적이 도통(道通)이니 수도(修道)가 올바르게 되어 정신통일되고, 정신통일이 되면 영이 통하고 그러면 자연히 다 통하게 된다. 정신만 통해지면 도통(道通)이 된다.”(1993년 10월 3일 도전님 훈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