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일은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다. 이날에 대한 명칭은 원일(元日), 원단(元旦), 상일(上日), 정삭(正朔), 삼원(三元), 삼삭(三朔), 정조(正朝), 원조(元朝), 정원(正元) 등으로 다양하다.07 이 명칭들 중에서 원(元)과 상(上)은 으뜸이란 뜻이며, 조(朝)와 단(旦) 등은 아침 즉 처음임을 뜻하며, 삭(朔)도 처음 즉 초하루를 뜻한다.08 대순진리회에서는 설의 이명(異名)인 원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설에 드리는 치성을 ‘원단치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때 원단은 ‘1년 가운데 가장 으뜸 되는 아침’ 즉 정월 초하루를 의미한다.
설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먼저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은 “설이라 하면 보통 ‘섧다’ ‘슬흐다’라는 뜻이지만 옛날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의미로도 쓰던 말이니 ‘설날’이라 하면 기우하기 위하여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09라고 하였다. 다른 의견으로는 나이를 뜻하는 ‘살[歲]’의 고어인 ‘설’에서 유추가 가능하다10는 설도 있으며, 새로 솟아난다는 뜻과 마디의 뜻을 지닌 산스크리트어 ‘살(sal)’에서 나왔다11고 보기도 한다. 또 ‘설’이 ‘으뜸’, ‘우두머리’ 등의 의미로도 쓰이므로 ‘설날’이 ‘으뜸 날’ 곧 ‘세수’의 의미를 지닌12 것으로 보기도 한다.
원단치성에는 메13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이 특색이다. 떡국은 가래떡을 가늘게 썰어서 넣고 끓인 음식이다. 『동국세시가』에는 떡국을 백탕 혹은 병탕이라 적고 있다. 즉 겉모양이 희다고 하여 백탕이라 했으며, 떡을 넣고 끓인 땅이라 하여 병탕이라 했다. 또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에서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통 설날 아침에는 떡국으로 조상제사의 메[밥]를 대신하여 차례를 모시고, 그것으로 밥을 대신하여 먹는 세시 풍속을 대순진리회에서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떡의 역사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대체로 떡이 부족국가 시절 등장해 벼농사가 확대된 삼국시대에 이르러 발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14 당시 고분을 보면 시루가 출토되고 있으며, 가야 수로왕 때 제사음식으로 병(餠)을 썼다는 기록도 나오고 있다. 떡의 종류는 수백 종이 넘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조리법에 따라 찌는 떡, 치는 떡, 빚는 떡, 지지는 떡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가래15떡은 대표적인 치는 떡이다.
떡국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래된 문헌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福)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였다.16 떡국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역사문헌으로는 『동국세시가』와 『열양세시가』가 있다. 이들 책에서 떡국은 정조차례(正朝茶禮)와 세찬(歲饌)에 없으면 안 될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으며, 손님이 오면 이것을 대접했다고 적고 있다.17
물론 설날 떡국을 먹는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 먼저, 최남선은 설날 떡국을 먹는 풍속을 음복 음식에서 찾았다. 새해 첫날은 천지 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로 태양이 부활하는 날이므로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음복 음식을 먹는데, 정결한 흰떡18과 밋밋한 국으로 절식을 삼은 것으로 보았다. 즉 질병을 예방해 장수를 빌며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먹었던 음식이라는 것이다.
둘째, 가래떡은 한자로 장고병(長股餠)이라고 표현하는데 기다란 가닥이라는 뜻이다. 가래떡은 옛날 국수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처럼 기다란 가래떡의 모양에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게 되었다.
셋째, 가래떡은 굵고 두꺼우며 국수처럼 길어서 떡국을 끓이려면 반드시 썰어야 했다. 옛 문헌에서는 한결같이 가래떡을 동전 모양으로 썬다고 표현해 놓았다. 이러한 풍속은 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의 춘절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설날에 떡국과 함께 만두를 먹는데 중국에서도 춘절에 만두를 먹는다. 이때 만두는 원보(元寶)라는 옛날 중국 돈을 본 떠 만든 것으로 돈처럼 빚은 만두를 먹으며 집안에 재물이 넘치기를 빌었던 것이다.19 이러한 사례로 볼 때 가래떡을 동전 모양으로 썬 것은 재복(財福)을 염원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순진리회의 치성에 쓰이는 가래떡은 치성이 있기 며칠 전에 전수원들이 손수 방앗간에 모여 멥쌀을 가루로 내어 시루로 찐 후에 기계로 길게 뽑아낸다. 이 가래떡을 며칠 말린 후에 얇게 썰어서 떡국의 재료로 쓴다. 만두는 상임원이 도장에서 만들지만, 떡국과 달리 영대의 치성음식으로 진설되지 않고 나중에 식당에서 음복으로만 나간다.
설날 떡국을 먹는 의미를 위에서 잠깐 살펴보았다. 새해 떡국을 먹으면서 출발하는 것은 선조의 태양숭배 사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가래떡에서는 무병장수의 소원을, 떡국의 모양에서는 재복을 염원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원단치성은 한해를 출발하는 시점에 상제님과 천지신명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리는 치성이다.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으로 흰색을 즐겨 입었다. 흰색은 깨끗함과 진실을 나타내는 색이다. 따라서 수도인이 떡국을 먹는 의미는 자신의 마음을 닦을 수 있는 상생법리(相生法理)를 마련해 주신 상제님께 감사하며, 부족했던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진실함을 담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07 박준규, 「전남지방의 세시풍속 조사 연구- 특히 설명절의 유속에 대하여」, 『성곡논총』 1집, 성곡학술문화재단, 1970, p.72.
08 서해숙, 『세시풍속의 역사와 변화』, 민속원, 2010, p.24.
09 최남선, 『조선상식문답』, 동명서, 1946, p.63.
10 장정룡, 『한ㆍ중 세시풍속 및 가요 연구』, 집문당, 1988, p.103.
11 민속학회 편, 『한국민속학의 이해』, 문화아카데미사, 1993, p.111.
12 서해숙, 앞의 책, pp.25-27.
13 제사 때 신위(神位) 앞에 놓는 밥을 말한다.
14 정혜경, 『한국음식 오디세이』, 생각의 나무, 2007, p.239.
15 가래라는 말은 떡이나 엿 따위를 둥글고 길게 늘여서 만든 토막이라는 뜻이다.
16 윤덕노, 『떡국을 먹으면 부자가 된다』, 청보리, 2010, p.28.
17 「정월편」,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04, p.72.
18 흰색은 태양을 상징하는 색으로 가래떡과 떡국은 무의식적인 태양숭배 사상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윤덕노, 위의 책, p.2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