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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지성, 직관에 대하여(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중에서)1

좋은 글

by 벼리맘1 2023. 2. 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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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잔 차 스님이 사원 밖 대나무 평상에 앉아

여러 승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스님은 숲을 베는데 쓰는 굵직한 칼을 들어 보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네들 그거 아는가?

 

우리 정신은 어떤 면에서 이 칼과 흡사하다네.

 

내가 이 칼을 아무 때나 사용하면 어떻게 되겠나?

 

플라스틱도 자르고 콘크리트도 자르고

유리 금속 나무 돌까지 마구 자른다고 상상해 보게.

 

날이 금세 무뎌져서 제 역할을 할 수 없겠지.

 

반면에 나무를 자를 때 외엔 칼집에 꽂아두고 쉬게 하면

이 칼은 제 역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겠지.

 

그것도 아주 오래오래.

 

그 비유는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정신을 온전하고 바르게 유지하고

날카롭고 효과적으로 발휘하려면 때로 쉬게 놔둬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우리는 인간이 지식에 도달하는 방식이

한 가지 이상 있다는 점을 자꾸 잊어버린다.

 

이성이 우리의 도구함에 들어있는

유일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도 자꾸만 간과하게 된다.

 

나는 이성이 별 의미 없는 특성이라거나

덜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성은 우리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수없이 제공했다.

 

기술 과학 의료 민주주의 평등 등

소중한 발상과 체제가 만들어지는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성만 있는 게 아니다.

 

지식에 도달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다른 방식도 있다.

 

바로 영감의 순간이다.

 

불교도들은 이를 지혜라고 부른다.

 

아울러 그들은 명상과 지혜는 확고하게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

 

때때로 내면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문득 주위가 분명해진다.

 

누군가는 그것을 마음의 소리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직관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순간의 지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뭐라고 부르는지 어떻게 찾아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바로 그 사실 덕분에

우리는 지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능력이 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외부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특히 그렇다.

 

우리 정신을 쉬게 하고 내부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지만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행복은 외부요인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젊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조차 그런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행복이 바깥에서 온다고 믿고 싶은 본능은 그만큼 강력하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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