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딘 스테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삶이라는 긴 여행의 끝이며, 그동안 누려 온 모든 기쁨과 행복의
끝임과 동시에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든 고통과 슬픔의 끝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
그리고 나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과도 이별이다.
그래서 죽음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잠시 지녔던
모든 것들을 다시 이 세상에 돌려주고 떠남을 의미한다.
죽음은 두려움이다.
내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혼자서 죽음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 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죽음은 눈을 감은 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미지의 세계가 내가 저지른 과오들에 대한
죗값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죽음은 한낱 무생물체로 변한 내 육신이 부패하여
냄새나는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일들 앞에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죽음은 가르침이다.
그것은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데 비로소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잔인한 스승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하나하나를 그리고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데 나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뒤늦게야 가르쳐 주는 무심한 스승이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자연의 일부로서의 나의 삶을 완성시켜 주는 자비로운 스승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용서 못 할 것이 없고, 해결 못 할 것이 없음을 보여 주며,
무엇보다도 감사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스승이다.
죽음은 이어짐이다.
그것은 내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 줌으로써
세상이란 이 공간을 영속시키는 자연의 확고한 의지요, 무한한 자비로움이다.
나의 시간을 끝냄으로써 세상의 시간이
계속 흐르게 만드는 대자연의 손길이다.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