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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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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맘1 2023. 5. 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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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비행기를 추락시켰나?>

 

2019년 4월 어느 춥고 습한 날

시카고 필드 박물관 앞에 극명한 딜레마가 나타났다.

 

보잉사의 로고가 찍힌 우산을 들고 기업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선 투자자 무리를 향해

삼야 스투모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이 비에 젖은 채 걸려 있었다.

 

그녀는 에티오피아 에어라인 302편으로 운항한

보잉 737 맥스8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였다.

 

삼야의 삼촌인 타렉 밀러는

조카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삼야는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이 필요한 사람을 돕던 공중 보건변호사였다.

 

수십 년 동안 보잉사는 항공기의 기준을 만든다는

자부심과 목적의식으로 뭉쳐진 기업의 전형이었다.

품질, 안전 유지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표어가 "보잉이 아니면 타지 않는다"였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은 아련한 추억과 같다.

 

737기는 보잉의 아이폰이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이었고 은행 잔고를 채워줬다.

 

하지만 보잉은 경쟁사인 유럽의 에어버스로부터

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두 회사는 민간항공사 1위 자리를 놓고

항상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에어버스가 A320 네오의 출시를 발표했다.

 

A320 시리즈는 보잉 737기의 라이벌 항공기로

이 둘은 단일 통로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보잉의 경영진은 처음에는

인내심과 시간을 갖고 더 좋은 항공기를 만들기로 했다.

 

앞으로2~3년 동안은 시장 점유율을 뺏기겠지만

더 새롭고 강력한 여객기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겨우 몇 달 뒤,

보잉은 신형 여객기에 관한 생각을 뒤엎고 미봉책으로 꺼내들었다.

 

737기를 임시로 업그레이드해 맥스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기업 임원진이 계산해보니 대당 1억 달러나 되는 여객기의 판매를

2~3년이나 줄이자니 손해가 너무 컸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놓치는 수십억 달러가 에어버스의

금고로 흘러 들어갈 것이 걱정되었다.

 

보잉사가 737기를 업그레이드해 맥스 라인으로 만든다는

결정을 발표하자 주가가 치솟았다.

 

맥스 기종의 주문이 5천 건 넘게 들어왔다.

 

심지어 일부 항공사는 맥스8의 향상된 성능을 고려해

새로운 항로를 추가하기도 했다.

 

737 맥스8기는 보잉사의 효자 상품인 737기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여객기가 보잉사 연 매출의 40퍼세트까지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잉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판매 금액을 낮추고자 무리하게 가격표를 책정했다.

 

일부 안전 기능을 제품 표준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건 여객선의 구명보트를 선택사항으로 만든 꼴이었다.

 

보잉의 정량적 분석은 운영자금에 허덕이는

다른 나라 항공사에 있는 동지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각자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승객의 안전 대신 돈을 아끼는 쪽을 선택했다.

 

추가로, 보잉은 항공사와 파일럿들에게 737 맥스8기에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이 있어 비상시 급강하 할 수 있다고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것은 참사가 발생한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보잉은 현대 과학적인 경영법의 가르침에 따라

계속 숫자만 주시했다.

 

달력의 비행기 배송 일정에 따라 돈이 들어오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들은 그들이 감수하고 있는

위험의 인적 요소와 인적 비용을 무시했다.

 

원래 보잉의 수익을 이끌던 전통적인 가치는

자존심, 품질, 정교함 그리고 대중의 안전을 우선시하던 자세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가치는 사라졌다.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겼고,

이런 근시안적인 경영은 직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그리고 수백 명을 죽일 제트기를 시장에 내놓도록 만들었다.

 

항공기 제작사가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하늘에서 추락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일어나버렸다.

 

회사가 당장 수익을 올리는 일에 몰두하느라 경직되면

공감능력이 사라지면서 여러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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