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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 3

좋은 글

by 벼리맘1 2023. 6.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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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이히만이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면 지극히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는 좋은 가장이었으며

탁월한 행정 능력을 보여준 공무원이었다.

 

그는 재판 내내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건 그저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고 강변했다.

 

물론 그 '업무'의 결과가 수백만 명의

죄 없는 목숨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렌트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아이히만이 스스로 '자신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히만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는 기계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나치가 정한 법과 명령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살인 기계' 말이다.

 

그는 정부의 명령을 받들어 수많은 유대인을 강제 수용소로 보냈으며,

가장 효과적인 수용과 학살을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는 그저 자신이 우리와 같은 입장이라고 여겼다.

 

뛰어난 성과를 거둬서 업무를 지시한

상관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인정받고 싶었고

 

그 성과를 통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

 

그는 희생자들 상황과 처지를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의 잘잘못도 따지지 않았다.

 

개인의 '무사'에서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절대악이 출현한 것이다.

 

우리는 '악'을 때때로 '선과 대치되는 것' 혹은 '비정상적이며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는 소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다시말해, 악은 나와 관계없는 것이라 여긴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렌트는 이 책을 통해 악이 누구에게서든

자행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저 사유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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