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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

좋은 글

by 벼리맘1 2023. 2. 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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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후회 없이 살고 싶고

때로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하지만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에 이는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

 

제임스 볼드윈 James Baldwin

 

 

우리가 후회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후회는 매우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감정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정의하기 어렵다.

 

과학자, 신학자, 시인, 의사들이 모두 후회를 정의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심리치료사들은 '바라던 바와 다른 상황으로 귀결된

어떤 행동이나 행위와 관련된 불쾌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경영이론가들은 '후회는 실제 결과와 의사결정자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일어났을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생겨난다'라고 말한다.

 

철학자들은 '미래에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한 대상의 인지 및 의향의

선언에 동반하는 과거의 생각과 관련된 불쾌한 감정'이라 말한다.

 

후회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후회는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이 과정은 두 가지 능력, 즉 우리 마음의 두 가지 독특한 능력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머릿속으로 과거와 미래를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노련한 시간 여행자이자 숙련된 이야기꾼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은 삶에 후회를 일으키는 인지적 이중 나선을 형성한다.

 

'세계 후회 설문조사'에 제출된 수많은 후회 중 하나를 살펴보자.

 

아버지의 뜻에 굴복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겠다는 내 소망을 따랐더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랬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다른 궤도에 올랐을 겁니다.

 

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겠죠.

 

이 몇 마디 말속에서 버지니아에 사는 이 52세 여성은

두뇌의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머릿속에서 과거

(자신이 교육과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십 년 전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그녀는 실제로 일어난 일(아버지의 바람에 굴복한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원했던 대로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는 대안으로 대체한다.

 

그러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앞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녀가 과거를 재구성했기 때문에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현재는 조금 전 떠나온 현재와는 크게 다르다.

 

새로 단장된 그 세상에서 그녀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시간여행과 허구의 조합은 인간의 초능력이다.

 

해파리가 소네트를 작곡하거나 너구리가 플로어 램프의

배선을 바꾸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인간 외의 다른 어떤 종이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반면 우리는 이 초능력을 쉽게 발휘한다.

 

실제로 이 능력은 인간의 뇌에 매우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으로

이러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과 질병이나 부상으로 뇌가 마비된 성인들뿐이다.

 

예를 들어 발달심리핮자 로버트 거튼태그(Robert Guttentag)와

제니퍼 페럴(Jennifer Ferrell)은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밥과 데이비드는 서로 가까이 살며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연못 둘레로 나 있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연못의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돌 수 있다.

 

두 길은 같은 거리에 있고 똑같이 평탄하다.

 

밥은 매일 연못을 오른쪽으로 도는 길로 갔고,

데이비드는 매일 연못의 왼쪽 길을 따라갔다.

 

어느 날 아침, 밥은 평소처럼 연못의 오른쪽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밤사이 나뭇가지가 길에 떨어져 있었다.

 

밥은 그 나뭇가지에 부딪혀 자전거에서 떨어져 다쳤고 학교에 지각했다.

 

왼쪽 길은 괜찮았다.

 

같은 날 아침, 평소에는 항상 왼쪽 길로 가던

데이비드는 연못의 오른쪽 길로 가기로 결정했다.

 

데이비드도 나뭇가지에 부딪혀

자전거에서 떨어져 다쳤고 학교에 늦게 도착했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날 연못의 오른쪽 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한 사람 중 누가 더 속상해할까?"

 

매일 그 길로 가던 밥일까, 아니면 평소에는 왼쪽 길로 가다가

그날따라 오른쪽 길로 가기로 결정한 데이비드일까?

 

아니면 둘 다 똑같이 느낄까?

 

거튼태그와 페럴은 7세 아동이

"후회를 이해하는 정도에서 성인과 매우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라고 썼다.

 

응답자의 76퍼센트는 데이비드가 기분이 더 나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섯 살짜리 아이들은 이 개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약 4분의 3은 두 소년이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어린 뇌는 후회가 요구하는 정신적 공중그네 타기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작용)를 할 수 있는

힘과 근육을 갖추는 데 몇 년이 걸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6살이 될 때까지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8살이 되면 후회를 예측하는 능력도 발달한다.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후회를 경험하는 데 필요한 사고력이 완전히 발달한다.

 

후회는 건강하고 성숙한 마음의 표지다.

 

후회는 인간의 발달에 매우 기본이 된 뿐 아니라

적절한 기능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성인이 후회를 느끼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2004년에 발표된 중요한 연구는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인지과학자 팀은 참가자들이 컴퓨터 룰렛 모양의

바퀴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돌리는 간단한 도박 게임을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바퀴의 어느 지점에

화살이 떨어지느냐에 따라 돈을 따거나 잃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바퀴를 돌리고 나서 돈을 잃자 기분이 상했다.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룰렛 바퀴를 돌리고 돈을 잃었을 때,

다른 쪽 바퀴를 선택했다면 돈을 '땄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기분이 '정말' 나빴다.

 

그들은 후회를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기분이 더 나빠지지 않은 집단이 있었다.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라고 불리는

뇌 부위에 병변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신경과학자 나탈리 카미유(Nathalie Camille)와 동료들은

<사이언스 Science>에 이렇게 썼다.

 

"이 환자들은 어떠한 후회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후회를 느끼는 능력의 결여

(어떤 의미에서 '후회하지 않기' 철학이 권장하는 신조)는 장점이 아니었다.

 

뇌 손상의 징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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