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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아름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1

좋은 글

by 벼리맘1 2023. 2. 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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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하는 고민이란 게 대체로 이렇다.

 

청소년 시절에는 공부해야 하는데 연애나 하면서 놀아도 될까 고민했다.

 

공부를 못하면 성적이 나쁠 테니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20~30대에는 전업주부가 되어 애를 키우면

커리어도 되찾을 수 없고, 경제적으로도 더 힘들어질까 봐 고민했다.

 

40대에 되어서는 정규직을 버리면 수입이 줄고

그러면 돈이 모자라서 곤경에 처할지도 모르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벌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혹은 애들더러 공부는 중요하지 않으니

신나게 놀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애가 공부를 안 할 테고

나중에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지 않을까 고민했다.

 

사실 케이크 한 조각을 놓고도 종종 망설였다.

 

이런 걸 먹어 버릇했다가 살이 찌거나 성인병에 걸리면 어쩌나 싶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했던 햄릿의 고민이

그토록 유명한 건 아마도 사람들의 고민이라는 게

심각성은 달라도 죄다 이런 식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A와 B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

혹은 A를 하는 것이나 A를 하지 않는 것.

 

각각의 결과를 예상하면 장단점이 확실해진다.

 

그러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 사는 건 이리 어렵구나. 어쩔 수 없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건 어떤 역사책을 읽으면서이다.

 

철학서나 자기계발서가 아닌데도 나 자신을 생각해 보게 되고

추리소설이 아닌데도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책이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고고학자 데이비드 웬그로가 함께 쓴 책

『모든 것의 새벽』으로 아마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저자 약력부터 신기했다.

 

인류학자와 고고학자가 함께 쓴 책이라는 건 평범한데

출간 전에 세상을 떠난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스스로를 아나키스트 활동가라고 소개한다.

 

이 대목에서 멈칫했다.

 

정치철학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아나키스트, 즉 무정부주의자라고 하면

정부 공공건물에 폭탄을 설치하는 과격 테러리스트의 이미지가 떠오르니까.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부는 없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앞에서 말한 고민들이 실은 고민이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책은 말한다.

 

인류의 현재가 잘못된 건 분명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빈부의 격차다.

 

인류 전체가 먹고 남을 만큼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도

굶어 죽는 사람이 상당하니까.

 

그렇다고 기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람들이 부른 배를 두드리며 신나게 잘 사느냐?

 

굶는 사람들 걱정까지 가기도 전에 '내 코가 석자'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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